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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07. 2021

제주부심 아세요?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에 살며 제주도가 고향인 토박이분들과 대화를  때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이분 제주부심 장난 아니구나.'

  제주도+자부심=제주부심

  충청도가 고향인 내가 서울에 살 때, 서울부심을 가진 사람들을 가끔 만나기는 했지만 제주부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향이 대전인 나도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제주부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서울 살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장소-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 해머링맨

  일단 제주부심을 가진 분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서울 외에 육지 어느 곳도 제주도보다 나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서울은 누가 뭐래도 수도이자 세계적인 도시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서울 외의 광역시나 시도는 그들에게 관심없는 곳이다. 교사들은 '타시도 교류전출' 제도가 있는데 타시도에 사는 교사끼리 1:1로 근무지를 바꾸는 제도이다. 제주살이가 유행처럼 번지다보니 타시도에서 제주도에 오고자 하는 교사들이 꽤 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하고는 교류가 잘 되지 않는다. 이유는 제주도 교사 중 서울을 제외하고는 타시도로 전출을 희망하는 교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이 인구가 더 많고 편리한 대도시인 것 같은데 제주도민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다.

  "거기 뭐하러 가요? 대전에 살 거면 제주시에 살지."

  인구 150만인 광역시가 인구 67만인 제주토박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까인다.

  제주토박이분들에게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이라는 말이 붙은 동급의 시도인 것이다.

  내가 서울에서 이주했다고 하면 제주분들은

  "와~ 큰 결심하셨네요?"

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고향이 대전이라고 하면 그럴 수 있다는 듯이

  "대전? 얘기는 들어봤어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라거나

  "아~~ 대전? 제주도 살기 좋죠?"
라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고향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제주부심을 가진 분들에게 제주도의 단점을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잘못하면

  "그럼 뭐하러 여기 살아요? 육지에 살지."

  "아니, 그런 것도 모르고 내려왔어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제주도민 4년차, 이제 나도 모르게 제주방언이 튀어나오고 서울이나 대전에 있는 것보다 제주도에 있는 것이 더 편한 어엿한 제주도민이 되었다. 친지들을 뵈러 고향에 가면 제주도에 다시 가고 싶어 안절부절 못한다. 하지만 제주토박이들이 보기에 나는 여전히 외지인일 뿐이다. 가끔 대화를 할 때 내게

  "선생님이 제주도를 잘 모르셔서 그런데 제주도는 원래 그래요."

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섭섭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내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분들과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나 역시 제주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에 그들의 제주부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제주토박이분들께 이 말만은 자신있게 할 수 있다.

  제주도 사랑하시지요? 그런데요, 제주도가 고향이신 분들보다 제가 더 제주도를 사랑할 것 같아요. 저보다 더 제주도를 사랑할 수는 없거든요.

  실제 제주도토박이분에게 이런 말을 하면 은근히 좋아하신다. 이것 역시 제주부심이다.


  사람의 마음이 복잡하고 미묘해서 그 크기와 깊이가 꼭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몇 년을 만나고 불같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원수가 되어 얼굴조차 보지 않고, 짧은 시간을 만났지만 죽는 순간까지 서로를 사랑하기도 한다. 내가 제주도에 산 시간은 3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대한 마음은 한결 같다. 살고 있어도 그립고, 떨어져 있으면 미칠 것 같다.


  제주부심은 제주토박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제주부심은 지금도 커져가고 있다.

  언제까지 그럴지 모르겠다.

  나의 제주병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큰일이다.

제주도에 살면 가끔 무지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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