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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06. 2021

제주살이의 어려움(2)​

갈 곳이 없네, 갈 곳이!

  아내와 지난 금요일, 부부싸움을 했다. 아침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다툼을 했는데 일이 커져버렸다. 급기야 휴대전화를 던지고 출근을 해버렸다. 결혼 생활 10년이 되니 부부싸움에도 요령이 생겨서 휴대전화를 던졌는데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던지는 순간 주변 지형지물을 재빠르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에잇!"

  휴대전화를 던질 때 정확하게 두툼하게 갠 아이들 태권도복 위로 던졌다. 던질 때 모션은 컸지만 손에서 나가는 순간 힘조절을 기가 막히게 했다. 던질 때 폼은 류현진의 체인지업이었는데, 떨어질 때 소리를 분명히 들은 것 같다.

  "살포시~~!"

  

  "오늘 절대로 집에 안 들어갈 거야."

  동료 체육전담인 문선생에게 큰소리를 치고는 물었다.

  "오늘 뭐해?"

  역시 젊은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다.

  "죄송해요. 오늘 약속이 있어요."

  누가 뭐래~~? 수업을 마치고 호텔을 검색했다. 성수기에, 주말이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두 배 비싼 금액에 일찌감치 예약을 포기했다. 다른 때는 퇴근시간만 기다렸는데 유난히 퇴근시간이 빨리 오는 것 같았다. 퇴근후에 차를 몰고 바닷가로 갔다.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웃음소리만 들렸다.

  내가 오늘 들어가나보자. 내 차 뭐? 카니발!

  '나,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좋잖아? 차박!"

  차에 매트를 깔고 누웠다. 이대로 아침까지 잘 것만 같았다.

나의 애마 카니발, 차박을 위해 산 차다.

  그런데....그...런...데...

  모기가 문제였다. 여름바다 모기는 무섭다. 모기 한 마리가 차 안에 들어오더니 나갈 생각을 안하고 윙윙거렸다. 버티고 버텼다. 진짜 오래 버텼다.

  '어차피 내일 들어 갈 건데, 하루 버티면 뭐 달라지나?'

  '그래도 남자가 하루도 못 버티고 들어가냐?'

  내 속에서 서로 싸우는 자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려 3시간이나 버텼다. 자그만치 3시간!

  아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자고 있었다. 발뒤꿈치를 들고 빈방에 들어가서 쥐죽은 듯이 잤다. 다음 날 아침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잘 잤어?"

  참, 나란 놈.... 존심도 없다....


  제주에 살다보니 집을 나와도 갈 곳이 없다.

  연락할 친구도, 지인도 없다.

  술 한 잔 하자고 할 사람이 없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 내려와 사니

  이럴 때는 참 외롭다.


  "역시 가족밖에 없어. 다시 한 번 느꼈어."

  아내와 화해하고 맥주 한 잔을 하며 말했다.

  "맞아, 나도 그래. 내가 제주도에 내려와서 오빠말고 누가 있어?"

  쓸쓸하게 말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살며시 안아주었다.

  '미안, 절대로 전화기 던지지 않을게.'


  하이고~~!! 겨우 3시간 집 나갔다 들어왔어? 사우나도 3시간은 하겠네~~!

라며 누군가 비웃을지 모르지만 나도 할 말은 있다. 제주도에서는 집에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 이 좁은 섬에서 가봤자다. 마음이 서글프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도 쓸쓸해 보인다. 제주도도 가족과 함께 해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있어야 제주도가 빛이 난다.

  "한 번만 더 휴대폰 집어던져 봐라."

  매서운 아내의 시선에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하지만 솔직히... 나도 할 말은 있다.


  "정말 살짝 던졌거든?!!"   

우리,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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