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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01. 2021

내 인생 최애 영화 '시월애'

전지현과 이정재, 그리고.... 노이즈(NOISE)

  나는 결국 제주도에 내려올 운명이었던 것 같다. 영화 '시월애'를 볼 때마다 느낀다. 20년 전 흥행에 실패한 영화와 제주도가 무슨 상관이냐고?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영화 '시월애'를 자세히 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은주(전지현)의 고향이 제주도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이다. 영화를 보면 은주(전지현)가 고향에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우도를 한 바퀴 도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배경이 제주도인지도 몰랐는데 괜히 좋았다. 나도 모르게 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 제주도 '우도'의 모습- 지금도 예쁜 서빈백사(산호사)해변

  20년 전, 나는 이 영화를 대전의 작은 극장에서 보았다. 남자끼리 로맨스 영화를 보았을리 없고, 그당시 설레는 누군가와 보았을텐데, 상대는 생각이 안나지만 영화는 생생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이 영화를 본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빔프로젝트를 벽에 쏘아가며 한껏 분위기를 내고 본다. 이 영화를 어림잡아 30번도 넘게 보았을텐데 여전히 설렌다. 특히 우체통을 놓고 과거의 성현(이정재)과 미래의 은주(전지현)의 모습이 맞닿아 돌아가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20대 초반의 풋풋했던 나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맞닿아 화면이 돌아가는 장면

  2000년대 초반은 로맨스영화의 전성시대라고 부른다.

  동감, 클래식,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엽기적인 그녀, 내 머릿속의 지우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작들이 이때 나왔다. 이런 얘기를 하면 old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때만큼 로맨틱한 감성을 가진 영화를 요즘은 만나기 어렵다. 가끔 감상에 빠지고 싶을 때, 나는 예전 영화를 본다. 얼마전에는 송승헌, 김희선, 김현주가 나오는 영화 '카라'를 어렵게 구해서 보았다. 옛날 영화들은 어쩌면 그렇게 영화음악도 좋은지, 한동안 영화 감성에 빠져 헤어나오기가 어려웠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구입한 '카라' dvd

  '사람은 20대 이전에 들었던 음악을 평생 들으며 산다.'

라는 말이 있다. 가장 감성적이고 마음이 촉촉했던 그 시기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나는 그렇게 룰라, 노이즈, R.ef, 듀스, H.O.T 음악이 좋을 수 없다. 얼마전 차안에서 초등학생 아들에게 노이즈의 '상상속의 너'라는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노래 지루해. 빨리 꺼!"

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 노이즈의 음악이 지루하다니.... 내가 중학생일 때 얼마나 세련된 음악이었는데.... 이런 것이 세대차이인가보다.

혹시... 노이즈 아세요...?

  청춘(靑春)!

  청춘의 뜻이 만물이 푸른 봄철이란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나이를 청춘이라고 한단다. 사전적, 수치적으로 따지면 사람에게 청춘은 참 짧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청춘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청춘이 왔는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또 다른 사람은 20대가 지나서도 한결같이 청춘으로 산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는가?'

의 차이일 것이다. 똑같은 것을 보아도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무감각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이 풍요롭고 행복할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나는 많이 느끼고 싶다. 재밌고 즐거운 일에는 많이 웃고, 감동적이고 슬픈 일에는 많이 울고 싶다. 감성이 촉촉한 20대의 청춘처럼 변함없이 살고 싶다.


  아들이 뭐라하든 중요하지 않다.

  아직 나에게 최고의 영화는 시월애, 클래식, 동감이다.

  여전히 나에게 최고의 그룹은 듀스, god이다.

  어쩔 수 없다. 자기 감성대로 사는 거다.

  오늘 밤에도 영화 '시월애'를 보며 잠이 들어야겠다.

20대 초반의 전지현과 이정재, 어쩌면 하나도 변함이 없을까? 이들은 지금도 청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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