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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n 29. 2021

제주살이의 어려움

나 육지 좀 보내줘~~~!!

  언젠가 서울에 사는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한 번 육지에 가려구."

라는 나의 말에 상대방이

  "벌써 제주사람 다 되었네. 육지란다."

라며 웃어댔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며

  '나도 이렇게 제주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라고 느꼈다.

  제주살이 4년차가 되다보니 어느새 절반은 제주사람이 된 것 같다.

  "~핸? 잉~ 마씸"

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나도 가끔 이런 말을 쓰기도 한다.

  "딸, 숙제핸?"
  얼마전 서울에 사는 후배 교사와 통화를 하는데 후배가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형님, 왜 자꾸 잉~잉~ 그래요? 안되겠네. 이제 제주사람 다 됐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제주도 초등학교에서 제주도가 고향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제주도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나도 현지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사는 곳에 적응하며 잘 살고 있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

  제주도는 현재 도내 공무원들에게 육지방문 자제령이 내려져 있다. 육지를 방문할 경우 미리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야 하며, 다녀와서도 코로나 검사를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를 더 자택에서 대기해야 한다. 나와 같은 교사는 주말 외에는 육지에 갈 수 없는데 일요일에 복귀해서 월요일에 학교를 결근하라는 것은 가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어쩌라고...? 타지역 공무원들은 다른 시도를 방문할 때 제주도처럼 규제가 심하지 않다. 타지역 공무원들은 제주도를 자유롭게 방문하는데, 제주도 공무원들만 타시도 방문을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서울과 대전에 뿌리가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청정제주~!!

  제주도 사람들에게 '청정제주'라는 말은 가슴 깊이 깔려있는 자부심이다. 그러나 솔직히 코로나19에 관하여 '청정제주'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제주도에도 이미 코로나 확진자수가 늘어났고, 코로나에서 청정제주를 지키려면 오히려 물밀듯 밀어닥치는 관광객을 규제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관광객이 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제주도의 이런 정책탓에 나는 홀로 계신 어머니를 6개월째 만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는 제주도가 섬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제주도가 좋아서 내려왔고, 지금도 제주도에 사는 것이 좋지만 몇 개월째 육지를 마음대로 가지 못하니 섬에 갇혀있는 것만 같다. 

아~ 그립다~~ 내 고향 대전, 성심당~~

  한동안 주춤했던 '제주이주열풍'이 다시 불어 지금은 연세를 구하기도 어렵다. 연세가 나오면 집도 보지 않고 계약금부터 집어넣는 분위기이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제주도 순유입 인구가 6배 늘었다고 한다. 제주살이를 꿈꾸며 내려오는 인구가 매해 이렇게 늘다보니 인구 70만(현 67만 4,877명)을 앞두고 있다. 제주도는 여전히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동경의 섬'인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연고가 없고 육지에 뿌리를 둔 나와 같은 사람은 주기적으로 육지에 가야 한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제주도가 힐링을 위한 관광지라면, 반대로 나와 같은 이주민들에게 육지는 가족과 지인을 만나는 고향인 것이다.

  지난 주말 답답한 마음에 이호테우해변에 다녀왔다. 제주도에 살며 바다를 볼 때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라 바다가 다르게 보인다. 마음이 평화로우면 바다가 한없이 아름답고 예뻐보이지만, 마음이 어지러우면 바다가 예뻐보이지 않는다. 주말에 바라본 이호테우의 바다는 쓸쓸했다.

주말에 본 이호테우해변- 지금 제주도는 완전한 휴가철이다.

  "무슨 일 있어?"

  평소에는 무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털털한 아내가 이럴 때는 기가막히게 알아본다.

  "아니, 아무 일 없어. 피곤해서."

  이렇게 얼버무리고는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흥얼댔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지?


  행복이 마음 속에 있든, 마음 밖에 있든....

  지금 내 바람은 한 가지이다.

  나 육지 좀 보내줘~~~!!!!

한때 나도 한화보살팬이었는데... 그런데 이글스 기사 사진은 다 왜 저런 모습일까? 대체 언제 잘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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