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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21. 2021

제주도민은 호텔을 좋아한다

제주도민에게 호캉스란?

  "제주도 살면서 호텔을 왜 가? 놀다가 집에서 자면 되지."

  우리 가족이 주말에 가끔 호텔에 간다고 하면 육지에 사는 지인들은 모두들 이렇게 말한다.

  '제주도 호텔은 관광객들이 여행하려고 어쩔 수 없이 묵는 것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제주도민에게 호텔은 육지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처음에 제주도에 이주했을 때는 나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


  제주도민들은 호텔에 자주 놀러 간다. 이주민뿐만 아니라 제주토박이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아는 제주도 선생님 중에는 주말에 호텔 다니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처음에 제주도로 이주했을 때 집을 잘못 구해서인지 아내는 주말마다 호텔에 가려 했다.

  "집에 있으면 쉬는 것 같지가 않아."

  아내의 말에 탐탁치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에 따라가 주었다. 그러는 사이 나도 호텔이 주는 매력에 빠져버렸다. 좁은 공간이지만 호텔이 주는 편리함과 서비스, 세탁된 침대시트의 빳빳하고 쾌적한 느낌은 집에서는 절대로 누릴 수 없다.

  내가 제주도에 살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중의 하나가 제주도민들도 관광객처럼 놀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캠핑장이나 호텔에 가면 관광객보다 제주도민이 더 많을 때도 있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뭐 특별할 게 있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제주도에서 나고자란 토박이일 수록 호텔과 캠핑을 좋아한다. 육지로 여행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휴일이 되면 제주도 어디든 놀러다니고 싶은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집은 집이다. 집을 벗어나야 여행기분이 난다.

호캉스는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힐링이다.(사진=파르나스호텔)

  제주도 호텔의 매력을 꼽으면 첫째, 가격이 저렴하다. 제주도가 유명 관광지이다보니 호텔이 많다. 깔끔한 시설의 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 특히 한여름같은 성수기만 피하면 프리미엄급의 호텔도 합리적인 가격에 묵을 수 있다. 주중에 시간이 있어 호텔을 갈 수 있다면 더 좋다. 분명히 놀라운 가격에 호텔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여행의 컨셉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호텔이 다양하다. 나는 호텔에 갈 때 목적을 분명하게 정한다. 단순히 잠을 자기 위한 것인지, 호텔을 즐길 목적인지가 중요하다. 또한 물놀이를 할 것인지, 아닌지도 중요하다. 여행의 컨셉과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호텔과 금액이 다르다. 동문시장이나 올레시장과 같은 전통시장여행이 컨셉이면 도심의 저렴한 비지니스호텔을 예약하고, 조용하게 지내다오고 싶으면 중산간에 있는 호텔을 예약한다. 시티뷰냐, 바다뷰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호텔의 종류도 다르다.

  셋째, 어느 호텔이든 이동의 부담이 적다. 제주도가 큰 섬이긴 하지만 길어봐야 한 시간 이내이다. 여행은 복귀하면 여독이 있기 마련인데 제주도에 집이 있는 도민들에게 여독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호텔을 잡아 떠날 수 있어 여행에 대한 부담이 적다. 집에 급한 일이 생기면 잠시 들르면 그만이다.


  제주도민들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호텔을 좋아한다. 제주도에 살며 저렴한 비용으로 언제든 제주도의 호텔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도민만이 가진 특권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편하다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특별함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제주도에 오래 살다보면 제주도에 대한 특별함과 설렘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가끔 캠핑이나 호텔에 가주어야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제주도가 익숙해진 나머지 제주도의 매력을 잊어버린 제주도민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캠핑이나 호텔로 떠나기를......

  

  제주도민에게 호캉스는 낭비나 사치가 아닌

  제주라이프를 더욱 빛나게 해줄 촉매제인 것이다.

  

  여름이다. 휴대폰을 열어 호텔을 검색해야겠다.

  다시 제주도를 느끼고 싶다.

제주살이의 기쁨- 호텔 예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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