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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21. 2021

제주도 동쪽바다와 오름

오늘은 성산이 그립다

  제주도는 크게 북쪽, 남쪽, 서쪽, 동쪽, 중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제주도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곳 나름의 멋스러움이 있다. 한 곳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제주토박이분들에게

  "제주도에서 어디가 가장 좋아요?"

라고 물으면 모두들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곳을 말한다.

  "서울이 좋지, 제주도 왜 내려왔어요?"

라고 물으면서도 내면에는 제주도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사람마다 기호는 다르지만 제주도의 유명한 관광지가 몰려있는 곳이 동쪽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김녕해변, 함덕해변, 월정리해변, 세화해변, 평대해변, 광치기해변, 신양해변, 섭지코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멋진 바다가 동쪽에 있다. 오름은 어떠한가?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아부오름, 백약이오름, 안돌오름..... 제주도 대부분의 오름이 제주도 동쪽, 특히 구좌쪽에 몰려있다. 쉽게 말해 제주도 동쪽에서는 눈만 돌리면 우리나라 최고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제주동쪽에서는 아무렇게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풍경이 이렇다.

  3년 전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처음 정착한 곳은 성산읍이었다. 성산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시골이다. 무농사와 당근농사를 많이 짓고, 관광객은 많지만 주민들은 별로 없다. 우리 가족은 2층 방에서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단독주택을 뭔가에 홀린 듯이 계약했다. 성산에 있는 동안 나는 육아휴직을 하고, 아내는 파견교사로 근무를 했는데 제주도 남쪽 남원읍에 발령이 난 아내는 매일 35km가 넘는 거리를 왕복운전해야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다른 곳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는 아내는 낯선 제주도 생활을 상당히 힘들어 했다. 아내의 고단한 한숨소리에 내 마음도 내려앉았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이었다. 아내가 제주도 생활을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아내를 차에 태우고 제주도 동쪽 해안도로를 달렸다.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해안도로는 성산읍 오조리에서 구좌읍 김녕리까지 이어진 '해맞이 해안로'이다. 바닷가를 따라 자그만치 27.8km나 이어진 해안도로는 차안에서 제주도의 동쪽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제주도 서쪽, 하귀애월해안로도 있지만 그 길이가 해맞이해안로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해맞이 해안로를 달리면 아내의 힘들고 고단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차안에서 찍은 동쪽 '해맞이 해안로'

  성산에 사는 2년 동안 힘든 일이 많았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때 제주도를 가장 잘 누렸다. 시간만 나면 광치기해변, 섭지코지, 성산일출봉을 갔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운전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그 곳이 우리의 앞마당이고 동네였다. 고된 제주살이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이 제주도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다랑쉬오름, 거문오름, 용눈이오름, 백약이 오름, 아부오름 등 내가 가본 오름은 모두 성산에 살 때였다.

다랑쉬오름 중턱에서 아내

  시련은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성장하게도 한다. 제주도에 내려온 첫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내가 힘들어하고 아들이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등 시련은 한꺼번에 닥쳐왔다.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이대로 다시 서울에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하지만 모든 길에는 입구가 있듯이 출구가 있다. 우리 가족은 이 힘들고 어두운 길을 무사히 지나왔고 지금은 행복하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해서 생활이 안정되니 예전만큼 제주도의 이곳저곳을 찾지 않는다. 편리한 집으로 이사를 하니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성산에 사는 동안 우리 가족은 많이 성장했다. 힘들 때마다 바라본 제주도 동쪽 바다의 모습은 지금도 마음 속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오름정상에서 제주도를 바라볼 때 느꼈던 감동은 제주도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다.

  

  한동안 가보지 못한 그곳,

  오늘은 성산이 그립다.  

해질녁 동쪽의 바다는 항상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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