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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17. 2021

제주도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학원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제주도에 처음 내려올 때 아이들 문제로 내적갈등이 컸다.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주위에 유명 사립초등학교와 국제중학교가 있고, 학원이 즐비한 동네...... 나는 충청도의 평범한 공무원 집안에서 가진 것 없이 자란 경우라 교육의 힘을 신봉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고 절대적으로 믿었다. 내가 자라온 환경이 그런지라 아들딸을 보며

  '아빠가 물려줄 것은 없지만 좋은 교육만큼은 받게 해줄게.'

라는 생각을 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나와 달리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서인지 '교육으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다.'라는 내 생각에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어릴 때 학원 보내고 그러는 거, 다 부모 욕심이야. 학원도 자기들이 가고 싶다고 할 때 보내야지. 어릴 때 사교육비 아껴서 차라리 아이들 적금 들어주고, 주식통장 만들어줘. 그게 현명한 거야."

  나는 아내 말을 참 잘 듣는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서울에서 학원 한 군데 보내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내 그런 집은 우리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참 신기해했다.

  "특별한 교육철학이 있으신 거지요?"

  어떤 사람은 부부교사인 우리가 남다르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철학은 무슨.... 우리 집에서는 아내의 생각이 법이요, 곧 철학이다. 솔직히 나는 불안했다.

  '이러다가 우리 아이들만 뒤쳐지는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파트 이웃들의 우리를 향한 신기하고 의아한 시선에 정점을 찍은 것은 '제주도 이주'였다. 친한 이웃에게 '제주도 이주'를 이야기하자 모두들 충격을 받았다.

  "제주도가 가끔 놀러갈 때나 좋은 거지. 살아봐라, 좋은가!"

  "아이들 생각은 안해? 초등학교는 그렇다쳐, 중고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입시는 자유롭지 못해."

  지인들은 너나없이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무거웠지만 제주도 이주에 대한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살아보고 아니면 올라오지, 뭐!'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했던가? 그런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왔다.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아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에 와서 종이접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아이들과 논다. 딸은 태권도 학원 하나만 다니는데 그외의 시간은 책을 읽고, 자전거를 타고, 옆집 아이들과 논다.

  "와~~ 여기는 다른 세상이다. 꼭 나 어릴 때 어두워질 때까지 놀다가 엄마가 "밥 먹어"하면 그제야 들어가던 그 시절 같아."

  우리 집에 놀러오는 지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타운하우스 아이들끼리 이집저집 드나들며 자전거 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노는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다른 세상처럼 보일 것이다.

  혹시 요즘 본 적 있는가?

  열 명 가까운 동네 아이들이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와~~~!"

하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해가 길어진 요즘에는 9시가 되어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정말 놀아도 너무~ 논다.

  "어두워지면 들어와야지. 밥도 안 먹고 노니?"

  아이들에게 하는 이 잔소리는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 자주 들었던 말이다.

  "우리 애들 너무 공부 안하는 것 아니야? 좀 시켜야하지 않을까?"

  보다못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됐어. 내버려둬. 나중에 다 알아서 해."

라며 나에게 면박을 준다. 보다못해

  "학원도 좀 보내자. 부진아는 되지 말아야지."

라고 말하면 아내는 꼭 나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아니, 학원 보낼 거면 뭐하러 제주도 내려왔어? 좋은 학원 많은 서울에서 살지."

  아내는 나를 너무 잘 안다. 어떤 말을 해야 내가 아무 말도 못하는지 참 잘 안다.


  오늘 토요일 오후,

  우리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다. 

  오전에는 옆집에서 설치한 수영장에서 노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금은 어느 집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제도 놀았다.

  오늘도 논다.

  내일도 놀 것이다.

타운하우스 아이들은 이집저집 다니며 매일 모여 논다.

  "제주도 좋아?"

  "응, 당연하지~~!"

  "왜 좋은데?"
  "매일 놀잖아."

  대답 한 번 해맑다. 너란 아이~~참~~ 순수하구나~~인정! 하지만 아들딸과 대화할 때마다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바르게만 자라다오.'

  어디에선가 들었던 이 말을 마음 속에 되새긴다. 이 말을 떠올리며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말을 입술을 깨물며 참아본다.

  

  "제발~~ 그만 놀고, 양심상 공부 조금만 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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