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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13. 2021

캠핑의 이유

여름캠핑, 그리고....불멍

  나는 원래 집돌이에, 움직이기 싫어하는 대단히 정적인 사람이다. 

  제주도에 내려오기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퇴근 후나 주말에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컴퓨터를 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내게는 업무처럼 느껴졌고 즐겁지가 않았다. 가끔 여행을 가기는 했지만 아빠로서 의무로 느끼며 움직였다.


  그런 내가 캠퍼가 되었다.


  내가 캠핑을 가장 하고 싶은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이다. 캠핑을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당연히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 가을이다. 막상 이때가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캠핑을 미루고 몇 번 가지 않다가, 캠핑을 하기 힘든 여름과 겨울만 되면 캠핑이 가고 싶다. 겨울은 각종 캠핑난방 장비가 있어 괜찮지만 여름은 방법이 없다. 30도가 넘는 기온과 따가운 햇빛 앞에 천쪼가리 타프나 텐트는 무용지물이다.

  여름에 캠핑을 가는 것은 쉽게 말해 그냥 '생고생'을 하러 가는 것이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지만 그렇게 가고 싶을 수가 없다. 여름에 가족들에게 캠핑을 가자고 말하면 당연히 누구도 호응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마당에 타프와 텐트를 친다. 이렇게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왜 편한 집 놔두고 밖에서 생고생을 할까?'

  캠핑을 하면서 항상 궁금하고 신기했다. 30도가 넘는 뙤약볕에서 폴대를 세우고 망치질을 하며 땀을 한 바가지 흘려보니 이제야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은 느낄 것이다.

  빈 땅에 잔뜩 짐을 내려놓고 방수포를 깔고 폴대를 세우고, 텐트 스킨을 체결하고 팩을 박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 순간만큼은 텐트를 잘 쳐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실내까지 모든 세팅을 완료하고 릴렉스 체어에 털썩 주저앉으면 그제야 보람이 느껴진다. 몸은 힘들고 지쳤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캠핑의 꽃 불멍!

  오죽하면 불멍(불피우고 멍때리기)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요즘 현대인들은 그만큼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머리를 많이 쓰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일 수록 캠핑에 빠진다고 한다. 몸을 쓰는 직업, 예를 들면 건축일을 하시거나 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호텔을 좋아하고 캠핑을 이해하지 못한다.(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사람은 정신과 육체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균형을 찾아 움직이려 한다.


  캠핑을 하기 힘든 여름에 내가 미치도록 캠핑이 하고 싶은 이유는

  더워서 움직이기 힘들 수록 생각없이 놀고 싶은 것이다.

  방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편하게 있으면 골치 아픈 일들만 생각나고 머리가 아프다.

  

  지금이라도

  캠핑장비를 잔뜩 실고 떠나고 싶다.

  텐트를 치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맥주 한 잔을 하고 싶다.


  안되겠다.

  마당에 불이라도 피워야겠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다.

잡념도 활활 타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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