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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22. 2021

마음이 복잡하면 카페에 간다

카페의 천국 제주도

  제주도는 카페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제주도가 사면이 바다인 아름다운 섬이다보니 멋진 뷰가 있는 곳에는 여지없이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카페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카페들을 보며

  '이 많은 카페들이 장사가 될까?'

라는 의문을 항상 가진다. 하지만  제주도 카페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 이 말은 제주도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내가 제주도에 살며 요즘처럼 관광객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지금 제주도는 호황기이다.


  작년에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고 내가 다시 출근을 하자 아내는 남은 육아휴직 1년을 썼다. 제주도에서 고생한 것도 있고, 나는 흔쾌히 쉬라고 했다.  공무원 남편 만나서 항상 쪼들리며 산 아내에게 미안했다. 무급휴직을 하는 아내에게 나도 머릿속으로 그리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을 한 번 해 보았다. 그것은 내 명의로 된 신용카드 한 장을 주며 남자답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 이거 써!"

  무뚝뚝한 아내가 비록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지만 잠시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나는 아내의 말을 읽은 것 같다.

  "오~~빠~~~! 멋져!!" (아닌가? 나만의 착각이었나?)

문제의 삼성공무원연금카드

  호기롭게 일을 벌이기는 했지만 역시 모든 일에는 뒷감당이 필요한 법이다. 학교에 출근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문자가 울려댔다.

  '제주도 OOO카페에서 18,000원이 결재되었습니다.'

  '애월해안도로 OO카페에서 15,000원이 결재되었습니다.'

  도대체 커피머신은 왜 사달라고 한 것인지, 아내의 카페투어는 매일 계속되었다.

  "너, 오늘도 커피숍 갔더라? 좋았어?"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최대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 완전 좋았어. 거기, 뷰 정말 좋더라. 커피도 맛있어. 다음에 같이 가자."

  '나는 맥심이 제일 맛있거든?'

  나는 온화한 미소와 진짜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일리커피머신은 왜 안써?"

  "쓸거야. 왜~~? 나 카페 다니는 것 싫어?"

  "아~~~니~~~!!" (하루에 한 번만 가. 두 번 이상은 좀 그렇지 않아?)

  "그럼 계속 다닌다! 나 휴직기간 동안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볼거야. 그것 알아?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 나한테도 이런 시간이 오다니. 카페 다니면서 책보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이 시간에 내가 여기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니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아내의 행복한 얼굴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데 그래, 고작 1년이다!!'

  아내의 카페 투어는 진짜로 휴직 1년내내 지속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3월 1일자로 아내가 학교에 복직하였다.

  참 잘 참아냈다. 나란 녀석....대견하다!  

진짜~~~ 힘들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도 카페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머리 아픈 일이 생기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는 제주도 남쪽 위미리에 있는 '서연의 집'과 서쪽바다가 보이는 한림읍 '매기의 추억'이다.

  '서연의 집'은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유명한 카페인데 내가 이 카페를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영화 때문만은 아니다. 카페 1층 폴딩창을 열면 펼쳐지는 제주도의 바다 때문이다. 검은 바위와 검푸른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복잡했던 머릿속도 한결 편안해진다. 제주도의 바다는 지역마다 색깔이 다른데 유독 검푸른 위미의 바다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카페 '서연의 집'

  '매기의 추억'은 유명세에 비하여 아주 작은 카페이다. 육지에서 내려온 주인이 직접 돌집을 개조하여 카페를 만들었는데 아기자기 예쁜 소품들과 조명, 창문으로 보이는 제주도 서쪽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서쪽 바다 해안도로도 분위기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이 카페는 영화 '좋은 날', '애월' 드라마 '맨도롱또똣'의 촬영지로 쓰였다. 카페에 자주 가다보니 카페 주인 부부와 지인이 되어 우리 가족이 가면 맛있는 조각케익을 꼭 서비스로 주신다. 참 정감있는 카페이다.

카페 '매기의 추억'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

  부자가 되겠다는 욕심, 높은 곳에 올라가야겠다는 욕심,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하다면 제주도에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 멋진 바다와 오름을 바라보며 욕심없이 평화롭게 살고 싶다면 제주도에 사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없다.

  제주살이 4년차, 나는 아직도 '내려놓고 살기' 연습중이다.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복잡한 일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리고 회의감이 드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다. 힘들고 복잡한 일이 생겨도 여유있는 마음으로 그 대상과 직면할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싶다. 제주도는 내 마음의 근육을 지금도 키워주고 있다.

  카페에 앉아 제주도의 풍경을 바라보면 내가 가지고 싶은 것, 가지지 못해 불안한 것, 주위의 시선과 인식, 다른 사람과의 비교.... 이런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닌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잠시 멈추어 사색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처럼 카페매니아는 아니지만

  마음이 복잡하면 카페에 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멋진 카페가 많은 제주도에 살아 행복하다.

  제주도여서 다행이다.  

카페 '매기의 추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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