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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Jul 31. 2021

내가 작가였나? 나... 작가였지?

출판계약을 하다

  이제는 부끄러워서 밝히는 것을 꺼려하지만 나는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심지어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까지 진학을 했다.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라고 당연한듯 아동문학(동화)을 전공했고, 신춘문예로 등단까지 했다. 벌써 8년이나 된 이야기이다.

  신춘문예 당선이 된 날, 나는 모든 것이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이 밀어닥칠 것이라고 생각했고, 잘만하면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역시 상상은 자유다. 딱 거기까지였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책을 출간하지 못했다. 그때는 원인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이유는 분명했다. 나는 동화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졸업을 위해, 등단을 위해 동화를 쓰다보니 억지로 글을 썼고, J.K.롤링처럼 어머어마한 상상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쓰기에 대한 좌절을 느끼고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내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제주도에 내려오고 3년이 지난 때부터였다. 뭐라도 써야만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글을 쓰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글을 쓴 이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다시 동화를 써보려 했지만 동화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아이들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지만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고, 브런치에서 내 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브친(브런치친구)이 생기고 상대의 글을 읽고 라이킷과 댓글을 달아주는 일도 즐겼다. 브런치에서는 모두들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었다. 이전에는 등단을 했지만 누구도 나를 작가라 부르지 않았다. 브런치는 나의 작가 DNA를 깨워주었다.


  그동안 써놓았던 글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몇 곳에서 연락이 왔고, 출간을 제안받았다.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것은 출간을 하기로 한 곳이 내게 연락을 하지 않은 출판사라는 것이다. 꼭 첫 책은 그곳에서 내고 싶었는데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무슨 용기인지 먼저 전화를 했다.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요. 전 여기서 출판하고 싶은데, 다른 곳이랑 계약하면 빼도 박도 못하잖아요."

  진심이 통했는지 편집장님께 전화가 왔고, 그 출판사와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계약서를 받아들기까지 피말리는 시간이 있었다. 출판사는 깐깐했고 철저했다. 역시 프로는 달랐다. 제목부터 목차의 선정까지 수차례 조율과 교정을 거쳤고 몇 번의 회사 내부회의를 거쳐 최종 승인이 났다. 스트레스를 느꼈지만 회사에 더욱 믿음이 갔다.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출간하고 싶어하는 출판사와 함께 해서 행복했다.


  모든 것이 제주도의 힘이고 브런치의 힘이다.

  제주도는 내게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 주었고, 브런치는 내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해 주었다. 그리고 제주도와 브런치는 내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아~ 맞아,

  나... 작가였지?

이 문서를 나도 꼭 받아보고 싶었다.


* 지난 7월 10일에 이 글을 올렸다가 한 시간만에 내렸습니다. 출판사와 책 출간을 진행하기로 약속했지만 확실한 계약없이 글을 올린다는 것이 성급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내렸고, 계약서를 받은 후에 조금의 수정을 거쳐 새로 글을 올립니다. 지난번 글에 축하의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이제 이 글은 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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