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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타고 제주도 차박여행

차박은 사랑이지 말입니다~~

by JJ teacher

지난 1월 차를 바꾸었다. 더뉴카니발 7인승, 이 차는 차박을 위한 것 외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제주도에 와서 한동안 캠핑에 빠져 차에 잔뜩 캠핑장비를 실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는데 텐트를 치는 것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캠핑의 끝은 캠핑카라는데, 캠핑카는 감당이 어려울 것 같고 현실적인 차박으로 눈을 돌렸다. 카니발 7인승은 3열 좌석은 밑으로 싱킹이 되어 들어가고, 2열은 레일개조를 해서 앞으로 쭉 밀어버리면 광활한 공간이 나온다. 2m가 넘는 사람도 충분히 누워 잘 수 있고 완벽한 평탄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국산자동차 중 몇 안되는 좌식이 가능한 차이다. 절대로 머리가 닿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더뉴(올뉴)카니발 7인승은 중고차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운이 좋게 주행거리 2만km에 1년밖에 안 된 거의 새차를 3천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 내가 가진 몇 가지 안되는 능력 중의 하나가 손재주이다. 나는 카니발 2열 레일연장을 직접 했다.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잡아먹고 힘이 들긴 했지만 40만 원이라는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무엇보다 diy를 한 후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diy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단순히 돈을 절약하는 것이 아닌 뿌듯함을 느끼기 위한 것임을...

20210330_140912-tile.jpg 바닥을 칼로 파내고 조각레일을 깔아야 한다.
20210205_122613.jpg 완성한 2열 연장레일

카니발을 구입한 후, 우리 가족의 주말은 완전히 바뀌었다. 차박은 큰 마음을 먹고 가야하지만 차크닉은 바로 떠나면 된다.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이 지루하면 나는 가족들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차크닉, 콜?"
준비할 것도 없다. 먹을 것만 가지고 떠나면 된다. 우리 가족은 제주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차안에 앉아 편안하게 제주도를 즐겼다.

20210101_142750.jpg 자동차 안에서 바라본 함덕바다

차크닉과 차박은 엄연히 다르다. 차크닉은 간단하게 한나절 쉬고 오는 것이지만 차박은 어찌 되었든 캠핑이다. 밖에서 밥을 해먹고 잠을 자는 일이라 텐트를 제외하고는 필요한 물건도 같다. 차크닉이 익숙해질 때쯤 우리 가족은 차박에 도전했다. 마침 차크닉의 매력에 푹 빠진 아내도 15년 된 로체를 처분하고 쏘렌토로 바꾸면서 차 두 대로 차박을 간 것이다. RV 두 대로 간 차박, 우리 가족은 캠핑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미리 집에서 잠자리를 세팅한 까닭에 밥 먹는 것 외에는 준비할 것도 별로 없었다. 우리 가족이 첫 차박을 한 날, 편안하게 잘~ 잤다. 그 뒤로는 캠핑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차박을 다녔다. 차 두 대가 부담스러우면 조그만 쉘터를 도킹하여 나는 쉘터에서 야전침대를 펴고 잤고 아내와 아이들은 차안에서 토퍼를 깔고 호텔 부럽지 않게 잤다.

1613220982462989009_1280-tile.jpg 제주도 첫 차박의 추억- 곽지해수욕장

제주도에 살아보니 제주도만큼 캠핑의 천국인 곳이 없다. 육지에 비하여 오토캠핑장 예약이 쉽고, 어디든 텐트만 펼치면 멋진 캠핑장이 된다. 요즘 들어 루프탑텐트를 천장에 짊어지고 다니는 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캠핑카나 카라반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들은 나보다도 더 캠핑에 빠진 사람들일 것이다. 예쁜 카라반을 볼 때마다 지름신이 내려오지만 과유불급! 내 수준에는 딱 여기까지이다. 제주도에 살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캠핑을 즐길 수가 있다. 매일 아침 카니발을 몰며 출근하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이 차를 탈 수 밖에 없는 이유, 차박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든 부담없이 떠날 수 있는 것은 차박이 가진 매력이다. 날씨가 더워져 한동안 캠핑을 가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하다. 지금 나는 캠핑을 즐길 가을만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나는 여지없이 카니발을 몰고 제주도 이곳저곳을 여행할 것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만들어준 나의 애마 카니발,

차박은 사랑이지 말입니다~~

20210313_160421-tile.jpg 우리 가족 차크닉, 차박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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