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오름의 의미
제주도민이 되기 전, 여행을 오면 예쁜 제주바다에 정신이 팔려 사진 찍기에 바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멋진 바다가 많지만 이국적인 바다색과 풍경은 분명 제주도 바다만이 가진 특색이다. 제주도에 살며 언제든 멋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사람들이 제주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멋진 바다, 제주도에는 바다만큼 소중한 보물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오름이다.
'오름을 알아야 진정으로 제주도를 아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제주도를 여러 번 와보았지만 한 번도 오름을 올라본 적이 없던 나는 이주를 한 후에야 오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가본 오름은 '다랑쉬오름'이다.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별명만큼 오름 중에서 가파르고 높은 편이다. 제주도에 이주를 했으니
'오름 한 번은 올라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찾은 오름, 난 다랑쉬오름 때문에 오름의 매력에 빠졌다. 다랑쉬오름은 정상까지 오르는데 50분 정도가 걸리는데 숨이 턱에 찰 때쯤 바라본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내가 다랑쉬 오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개발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모양으로 구비구비 이어진 논밭과 주변의 오름들은 몇 백 년 전 그대로의 모습일 것만 같다.
오름 중턱쯤에 이르면 작은 다랑쉬오름이 보이는데 '아끈다랑쉬'라고 부른다. '아끈'은 제주도 말로 '작은'이라는 뜻인데 이 말처럼 다랑쉬 오름을 축소한 듯한 느낌이 든다. 정상에 올라 바라본 거대한 분화구와 풍경은 왜 다랑쉬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는지 알게 해준다. 나는 다랑쉬오름 때문에 한동안 제주도 오름을 찾아 다녔다.
오름을 혼자 다니며 가족과 함께 오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과 딸, 아내까지 같이 갈 수 있는 오름을 찾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은 '용눈이오름'이다. 용눈이오름은 정상까지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가볍게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갈 수 있는 오름이다. 지금은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많이 오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걷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를 데리고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중간중간 아이들의 짜증을 받아줘야 했지만 정상에 오르자 아이들도 아내도 감탄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멋지지 않아?"
"멋지네."
무뚝뚝한 아내에게 이 정도의 반응은 꽤 긍정적인 것이다. 가족끼리 제주도에 여행을 온다면 '용눈이오름'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분명히 색다른 제주여행이 될 것이다.
요즘은 잘 가지 않지만 제주이주 첫 해, 자주 오름에 올랐다. 거문오름, 아부오름, 백약이오름, 금오름, 새별오름, 군산오름, 성산일출봉, 산굼부리.... 이 오름들이 모두 제주이주 1년차에 오른 오름들이다. 내가 오름을 좋아하는 이유는 날씨 좋은 날 오름 위에서 맞는 바람 때문이다. 분화구 앞에 앉아 잔잔한 바람을 맞으면 제주도가 느껴진다. 눈을 감고 오름 정상에 앉아 있으면 그렇게 평화롭고 좋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힘들고 온몸이 땀에 젖지만 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땀을 식혀주는 바람... 서울에 살 때 산이라면 질색이었던 내가 이제는 혼자 오름에 오른다. 제주도는 내가 산을 좋아하게 해주었고, 오름은 제주도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다.
한동안 가보지 못한 오름,
오늘은 오름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