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그대로이다.
아내가 출근을 했다. 내일이면 나도 출근이다. 여름이 끝자락이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데 이번 방학에는 바다에 발도 한 번 담궈보지 못했다. 제주살이 4년차가 되니 아이들이 바다에 가려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면 모래가 묻는다고 아예 백사장에 발을 디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바다에서 놀던 아이들이 이제 컸다고, 제주바다가 익숙하다고 집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오늘은 바다에 갈 거야."
가족들을 모두 반강제로 차에 태워 곽지바다로 왔다. 아이들 간식을 잔뜩 사주며 바다에서 놀자고 꼬셔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제주도에 오래 살면 이런 점이 좋지 않다.
편의점을 갔다오는 길에 한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의 엄마는 난처한 표정으로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 놀 거야. 숙소 안 가!"
아이는 손에 모래놀이삽을 들고 있었다. 그래, 우리 아이들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랬는데.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 두렵다.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차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두고 아내와 바다로 왔다. 저녁바다는 낭만이 있다. 백사장에는 모래 위에 앉아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는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그들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리라. 아내와 손을 잡고 해변을 걸었다.
"여보, 양심상 바다에 발은 담궈봐야 하지 않을까?"
바지를 걷고 혼자 바다로 들어갔다. 차갑고 시원한 제주바다가 느껴졌다. 마침 한 젊은이가 해변에서 전자드럼을 치며 버스킹을 해서 낭만을 더한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있었다. 제주바다는 여전히 예뻤다.
모든 것이 그렇다. 대상은 그대로인데 사람 마음이 변한다.
사랑했던 사람도 그대로였다. 내 마음이 변했을 뿐.
바다에 발을 담그고
제주도에 대한 첫마음을 생각해 본다.
제주도는 그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