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천국 제주도

아르떼뮤지엄에 다녀오다

by JJ teacher

제주도로 이주하기 전, 우리 가족이 관광객이던 시절에는 제주도에 오면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찾아 다녔다. 유리의 성, 미로공원, 항공우주 박물관, 컴퓨터 박물관, 로봇스퀘어, 테디베어 박물관, 감귤 박물관, 초콜릿 박물관.... 제주도는 박물관의 천국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관광객일 때의 이야기다. 제주도민이 되면 이러한 박물관은 현지인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장소가 된다. 어쩌다가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다녀올 때면 느낀다.

'아유~ 돈 아까워.'


오랜만에 박물관을 다녀왔다. 아르떼 뮤지엄.

코로나 시대에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바다를 지겨워하는 아이들 때문에 생각한 자구책이었다. 입장료는 비싸지만,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제주도까지 와서 관광객이 이런 곳에 올까? 갈 곳도 많은데.'

라는 생각으로 방문한 곳,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발 디딜 곳이 없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는 듯 사람이 많았다. 아르떼 뮤지엄은 빛을 이용해 아름다운 장면과 모습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전문 용어로 '미디어아트'라고 하는데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내는 매우 어둡고, 밀폐되어 있다. 이렇게 밀폐된 곳에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걱정도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해수욕장도 폐장했는데 실내에 이렇게 사람이 많아도 되나?'

마스크를 얼굴에 더욱 밀착하고 전시관을 둘러 보았다.

162943668292049007_1280-tile.jpg 볼거리가 많은 아르떼 뮤지엄

수준 높은 미디어아트 작품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들지만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BEACH와 GARDEN이었다. BEACH는 이름 그대로 미디어아트로 바다를 표현해 실제로 파도치는 해변에 서있는 느낌이다. 웅장한 사운드는 파도소리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빛으로 만든 파도는 금방이라도 몸을 적실 것만 같다. 많은 관광객들이 빛으로 만든 파도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GARDEN은 세계명작 미술작품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것이다. 선명한 빔을 사용해 미술작품을 실내에 쏘면 마치 유럽의 유명 미술관에 와있는 것 같다. 오히려 그림이 더 크고 선명해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더욱 좋다. 실내에 흐르는 감성적인 음악은 미술과 음악이 조화되어 관람객들을 더욱 예술 속에 빠져들게 한다.

파도.jpg 빛으로 만든 BEACH

아이와 함께 갔다면 아이들은 NIGHT SAFARI에 빠질 것이다. 이곳은 말그대로 동물들이 뛰어노는 사파리를 표현한 것인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빛으로 스캔을 하면 화면에 자신이 그린 동물이 뛰어다닌다. 우리 아이들도 사파리에 빠져 한참을 놀았다. 코끼리, 사슴, 사자, 기린 등을 그려 스캔을 하고, 화면으로 내보내 뛰어다니는 자신만의 동물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은 모두 이곳을 떠날 줄 모르고, 체험하기에 바빴다.

1629436755152231025_1280-tile.jpg NIGHT SAFARI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이다.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들 때면 실내에 마련된 TEA BAR에 가면 된다. 우리 가족은 TEA BAR가 포함된 패키지 티켓을 구입했는데, 이곳이 신기한 것은 받은 음료를 탁자에 올리면 컵 위에 예쁜 꽃이 핀다는 것이다. 잔을 옮기는대로 따라다니며 꽃이 피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맛있는 차와 음료를 마시며 신기한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눈과 입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티바.jpg TEA BAR- 잔에 핀 동백꽃

제주도민이 되니 제주도가 주는 자연의 선물에 대한 감흥이 무뎌질 때가 종종 있다. 사람도 항상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이, 제주도가 항상 옆에 있으니 특별함을 잊고 산다. 그럴 때면 잠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평소에 가지 않던 전시관이나 박물관에 가보고, 제주시 도심으로 나와 쇼핑을 해본다. 그래도 허전하면 비행기를 타고 다른 지역을 여행한다. 작년에 서울에 일이 있어 온가족이 서울의 도심 호텔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인사동 한복판의 호텔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은 내가 살 때 느꼈던 서울과 달랐다. 삭막하고 휘청거렸던 서울의 야경이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오늘 박물관 어땠어?"

나의 물음에

"신기하고 재미있었어. 우리 다른 박물관도 가자."

라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어떤 일이든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도 향유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삶이 윤택하고, 풍성해진다.


일상이 지루하면 잠시 변화를 주자.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

새로운 경험 뒤에 돌아온 일상은 그리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제주이주 4년차,

(전) 서울특별시민 (현) 제주도민의 제주살이 팁이다.

즐거운가족.jpg 즐거운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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