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있구나~~!
요즘 참 우울하게 지내고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육지와 다르게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짧은 여름방학 동안 대전에서 어머니를 돌봐드리고 내려와서 나에게 제주도에서의 온전한 휴가는 일주일이다. 마음도 아쉬운데 제주도는 종일 비가 내린다. 코로나로 인해 해수욕장이 폐쇄되어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할 수도 없다.
"이대로 방학을 보낼 수는 없어~~!"
호텔과 관광지를 알아보아도 갈 곳이 없다. 성수기 호텔 비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캠핑장비샵이다.
"여보, 나 휴가비 아껴서 사고 싶은 캠핑장비 사도 돼? 우리 같이 구경 가자."
오호~~! 아내가 웬일인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가족들을 카니발에 태워 제주도에서 제일 큰 캠핑샵으로 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눈이 뒤집혔다. 비단 나만이 아니다. 아내도 예쁘고 감성적인 캠핑소품에 정신을 못차린다. 요즘 캠핑장비는 디자인이 장난 아니다.
'아니, 몇 달 사이에 별게 다 나왔네~~'
캠핑장비를 둘러보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린다.
"오랜만이야. 부담 갖지 말고 둘러봐~"
그분이다. 지름신!
"뭘 고민해? 일단 지르는 거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오늘만 생각해."
결국 나는 그분을 외면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가지고 싶은 물건들을 사주었다. 화로대, 캠핑컵, 식기, 행거, 손전등, 쌍안경.... 양손 가득 장비를 가득 들고 가게문을 나섰다.
"여보, 현명한 선택 아니야? 호텔비 아껴서 캠핑장비 샀잖아~!"
항상 과한 구매 뒤에 따르는 합리화, 내 목표는 파이어족인데... 이래서야...
집에 들어와 설레는 언박싱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웃어댔다.
"여보, 어쩌면 아들이랑 뒷모습이 똑같냐? 사진 한 번 봐."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충격을 받았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들과 캠핑장비를 가지고 놀고 있는 내 뒷모습이 판박이다. 이래서 남자들을 평생 애 같다고 하는구나.
'그래, 아들! 내 아들 맞다.'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언박싱을 마무리 하고, 밤에 홈캠핑을 즐겼다. 비가 적당히 내리며 운치를 더한다. 이제 가을이 온 듯 선선하다. 이 맛에 캠핑한다. 캠핑을 극도로 싫어하는 옆집 동생이 잠시 구경왔다가 합류했다.
"와~~! 오늘 감성이 대박인데요~~!"
내가 장담한다. 너도 곧 이 세계로 들어올 것이다.
어서와, 캠핑은 처음이지?
캠핑을 즐기며 종종 지름신이 내려오지만 이번만은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가계 경제에 도움이 안되지만, 도시에서 즐기지 못하는 캠핑을 집에서 마음놓고 즐기고 있으니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그리고 곧 가을이다. 새로 산 장비와 가을캠핑을 떠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캠퍼들은 모두 알 것이다. 캠핑을 가고, 다녀와서 필요한 장비를 보완하고, 다시 캠핑을 가고.... 현관앞에 택배가 쌓이고 언박싱을 할 때의 그 설렘... 이 맛에 캠핑을 한다.
"또 캠핑용품이야? 그만 사!"
허락없이 캠핑장비를 구입한 후, 택배박스가 올 때마다 아내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 때마다 내가 하는 말,
"내가 뭐 나만 좋으라고 그러냐? 가족이 편하라고 사는 거지.'
음... 가만 생각해 보니 쬐꼼 찔린다.
어찌 되었든,
캠핑장비 쇼핑!
당분간 멈추기는 힘들 것 같다.
캠핑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