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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teacher Sep 19. 2021

또 오셨나요? 태풍씨!

올해도 찾아온 태풍, 찬투

  "그냥 놔둬. 그 정도는 괜찮아."

  "그래도 모르잖아. 다 창고에 넣을거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요즘 아내를 보면 놀랍다.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아내는 수요일부터 마당 짐정리에 바빴다. 제주도 최근접이 금요일 오전이라는데 이틀전부터 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며, 제주 정착 첫해 태풍이 와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아내가 떠올랐다. 3년 동안 태풍을 줄기차게 맞더니 이제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척척이다.

  태풍 '찬투'가 오고 있었다. 이번 태풍은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금요일에 제주도에 근접한다는데 월요일부터 비를 엄청나게 쏟아부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태풍이기에 벌써부터 이러는 거야?'

  걱정도 되었지만 은근 기대도 되었다.

  '어디 얼마나 강력한지 보자.'

화요일에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제주도 최근접은 금요일이었다.

  제주도교육청도 이번 태풍은 걱정이 되었는지, 웬만한 태풍에 휴교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일찌감치 금요일은 원격수업으로 전환을 한다고 공문을 보냈다. 학생은 등교하지 않는데 교사는 정시출근이다. 제주도에서 교사는 어떠한 자연재해와도 맞서 싸워 이기는 철인으로 알려져 있다.

  목요일 저녁부터 바람이 심상치않다. 내가 제주도 이주 첫해, 기겁을 했던 위력의 바람이 불어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나무가 뽑힐 것만 같다. 자정이 넘어가고, 새벽이 다가올수록 바람의 위력은 세졌다.

  "여보, 제주!"

  '아, 맞다! 우리 강아지'

  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낑낑대고 있는 제주를 현관으로 데리고 왔다. 바닥에 폭신한 박스와 패드를 깔아주니 '제주'도 안심이 되는 듯 배를 깔고 누웠다.

현관에 들여놓은 '제주'

  쒹쒹~~~쒹쒹~~

  이런 바람의 소리를 과연 육지사람들은 알까? 제주도 사람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한숨도 못잤다.

  '제주도 4년차야. 뭐 이 정도 태풍에...'

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았지만, 세찬 바람소리와 덜컹이는 유리창은 잠자리가 예민한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아~! 피곤해. 어제 잠설쳤어."

  아내도 피곤한듯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태풍날 아침 학교에서 받은 문자, 태풍에 지붕 몰딩이 떨어졌다.

  태풍을 뚫고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 출근을 했다. 온라인 수업 전에 동학년 선생님들과 잠깐 모여 티타임을 하는데 한 여선생님이 말했다.

  "민망하다~잉! 요정도 태풍에~~ 휴교는 좀 그렇지 않아~잉?"

  와~~! 항상 느끼지만 제주도 토박이의 위엄은 절대 따라갈 수가 없다.

  "선생님, 오늘 좀 피곤해 보이시네요? 어제도 글 쓰셨어요?"

  토박이 동학년 선생님의 말에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아 눌렀다.


 저는 무서워서 한숨도 못잤거든요?  

이번 태풍도 제주도만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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