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벨라 벡스터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통해 갓윈 삶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와 별개로 이 이야기는 갓윈의 선택으로부터 시작되고, 작동하며, 그의 죽음을 통해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부에 등장한 갓윈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얼굴은 거대한 흉터들로 가득 차있으며 식사 또한 일반적인 사람의 그것과는 달리 수많은 기계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사를 마치고, 기괴한 소리와 함께 뱉는 거품은 흑백화면을 뚫고서 관객에게 그 기괴함이 전달될 정도이다. 또한 그의 외형적 모습 외에도 동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조합한다든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묻는다든가, 죽은 사람의 장기를 만지작거리는 기괴한 행위의 이유에 대해 단호하게 ‘자신의 즐거움’ 때문이라고 말하는 모습은 외형만큼이나 그의 마음 또한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내 갓윈의 일그러짐이 어린 시절 그에게 가해진 아버지의 폭력적인 실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벨라를 실험체로서 철저하게 통제하려는 모습과, 결국 그가 선택했던 그 시술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시키려는 모습과, 계약을 통해 벨라를 절대적인 통제의 상태로 놓으려는 노력들 또한 그러하다.
허나, 갓윈은 어떻게든 벨라를 통제하려는 작품 초반의 모습과는 달리 자신이 만든 흑백의 세상에서 덩컨이 약속한 천연색의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벨라를 놓아줌으로써 자신의 아버지는 도달하지 못했던 위대한 승리의 길로 나아간다.
물론 자신의 제자인 맥스에게는 벨라는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고, 자신들은 과학자이기에 벨라가 자신들을 떠나간 것에 동요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등 벨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과학자의 그것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나 벨라를 보내주기로 마음먹은 벨라의 옷 안에 비상금을 넣어두는 것, 벨라가 보내온 엽서를 보고 해부 실습 중 쓰러지는 갓윈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미 그가 한명의 과학자가 아닌 아버지의 마음으로 벨라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맥스에게 벨라는 실수였으며, 자신도 모르게 벨라에게 정이 들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나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돌아온 벨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너가 그리웠다고 고백하는 장면을 통해 그가 과학을 통해 닿고 싶었던 지점이 단순한 실험자와 실험체의 관계가 아닌 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지 않았던 따뜻한 어떤 것이었음이 절실히 드러나게 된다.
결국 벨라가 자신에게 에로스적 사랑을 알려준 덩컨이나,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자신의 적법한 남편인 블레싱턴 경이 아닌 끔찍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 자신을 탄생시킨 갓윈의 곁에 머물며 그의 죽음을 함께하고, 연구실을 이어받기로 결정한 것은 극 안의 어떤 인물의 마음보다 벨라를 향한 갓윈의 마음이야 말로 사랑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보다 기괴했지만, 그 기괴함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피조물인 벨라를 마침내 온전한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함으로써 삶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사람에 둘러싸여 마침내 죽음까지 경험 할 수 있었던 매드 사이언티스 갓윈.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과학으로 마침내 사랑에까지 도달한 그의 삶이야말로 이 영화에 나온 가장 위대한 승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