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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리자고의 자리 May 03. 2024

악몽과 거짓말

사실은 개꿈에 대한 이야기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어떤 죄인지 명확하기 않았으나

꿈속에서 나는 세상의 지탄을 받을 정도의 끔찍한 죄를 지었고

끔찍한 죄를 지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수많은 기자들의 사진 세례와 질문 공세를 지나쳐

법원으로 들어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나는 판사에게 죄를 저지른 경위에 대해 말하고

죄인으로 판사 앞에 선 모두가 그렇듯 선처를 부탁했다.

죄는 인정하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누구나 나의 상황이었다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식상한 나의 변론과는 달리 판사의 판결은 참신했다.

어떠한 이유여서인지 판사는 내게 내 죄에 대한 형을 집행하기까지

삼일의 기한을 줄 테니 그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쯤 되니 내 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최근 나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신이 나타나 내 삶이 끝나기까지 3일의 시간이 남았다고 말해주고,

나는 그 말이 무엇보다 온전한 진실임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남은 3일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질문에 대해

'신이 와서 내게 말을 건낸순간 내 삶은 완성되었다. 너무나 짧은 인간으로서의 삶.

그 너머에 무한한 신의 세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인간으로서 남은 마지막 3일은 슬픔의 시간이 아닌 환희의 시간일 것이다.

난 3일 이후의 영원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라고 답했다.

지극히 나다운 답변이었기에

나나 친구들 역시 그걸 딱히 특별하지 않게 생각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말은 거짓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나마 진실에 가까운 답변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내가 곧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과,

당신들으로 인해 삶이 아름다울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하기엔 삼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러므로 신으로 부터 남은 삶에 대한 사실을 전해듣는 순간

세상을 떠나기 까지 슬픔에 잠겨있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렇듯 질문을 아득히 초과하는 답변이 부끄러웠기에

적당히 나답고 모두가 받아들이기에 무난한 답변밖에는 

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새벽 다섯 시, 모두가 이미 잊었을 질문에 대해 끄적이는 이 글이

현실의 세계에서 나 답다고 여겨지던 답변에 비해

정말 더 진실에 닿아있는 것인지


나아가 두 답변 중 무엇이 진짜 마음인지, 아니면 둘 다 진짜 마음이었으나

말해지지 못한 두 번째 마음을 지니고 있던 죄를

꿈을 통하고 나서야 인정하게 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답을 찾기위해선

어쩌면 더 많은 악몽이 필요한 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행한 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질서 안에서는.

그러나 마음의 세계에선 물리적으로 행해지지 않은, 마음으로 행한 죄의 무게가 더욱 중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질서 따위로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진짜 죄의 세계.

그곳에 무엇이 깃들어 있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대부분 즐겁고, 때로는 슬프고, 가끔은 아련하다.

다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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