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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01. 2016

얄라, 두바이

②면세점에서 맥주를 사라. 맥주 한 잔 생각날 때 후회하기 싫다면!

여행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온라인 체크인'으로 좌석을 미리 정해놨기에, 줄을 서지 않고도 수화물을 부칠 수 있었다.



몸을 가볍게 한 후, 조금 일찍 면세점으로 들어갔다.

두바이에서 일하는 친구가 을 좀 사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중동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해 아무나 술을 살 수 없다고 한다.

주류 면허(Liquor License)를 발급받아야 술을 살 수 있는데, 무슬림은 아예 면허를 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술을 살 수 있는 주류 판매점(Liquor Shop)도 지정돼 있다.


즉, 나 같은 중동 여행객은 맥주 한 잔 하고 싶으면 무조건 술을 파는 레스토랑에 가야만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면세점에서 미리 맥주를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면세점에서 맥주를 안 산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친구가 부탁한 술은 일본 위스키 '히비키'인데, 이 술은 롯데 면세점에만 입점돼 있었다.

역시 일본과 친한(親日) 롯데!


술을 사고, 그냥 '구경만 하자'며 면세점을 돌아다녔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쏘냐.

정신을 차려보니 카드 승인 문자가 날아와 있었다. 허허.



2015년 12월 28일 밤 11시 50분.

탑승 시간은 금세 다가왔다.


두바이로 향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A380은 스무스한 이륙을 선보였다.

여태껏 탔던 비행기 중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이륙이었다.



두바이까지 비행시간은 10시간.

항공사가 제공한 양말을 신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지새웠다.

기내 와이파이가 있다고 했는데 이건 뭐... 출발하자마자 먹통이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보기엔 내키지 않았던, 병맛 영화 '스물'을 보고

가벼운 식사, 아침 식사에 컵라면까지 세끼를 다 먹으니 착륙할 때가 됐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현지 시간으로 새벽 5시.

두바이는 한국보다 5시간 느리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10시였다.


두바이에 도착하자마자 든 생각은 건조하다는 것.

입이 계속 바싹바싹 마른다. 립밤이 필수!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은 대부분 환승객들이었다.

우리는 입국 수속을 밟기 위해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짐을 찾은 후,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 지상직 승무원으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고고!

와이파이(DXB free wifi)를 잡아 연락을 취하니, 체크인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새벽에...


친구에게 힘이 될 '노란색 캐리어'를 빨리 전해주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란색 캐리어는 출발 이틀 전, 친구 어머니께서

머나먼 타국에서 고생하는 딸에게 전해달라며 각종 반찬 등을 살뜰하게 싸주신 것이다.


친구에게 '사랑 듬뿍' 캐리어를 무사히 전해주고, 'Nol Card'를 받았다.

'Nol Card'는 두바이에서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탈 때 사용하는 선불 교통카드다.


친구가 일하러 돌아간 뒤, 우리는 미리 신청한 픽업 차량을 기다리면서 환전을 하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화폐는 디르함(AED)인데, 1디르함은 300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디르함을 취급하는 곳은 명동 외환은행뿐이다.

그런데 명동에 환전을 하러 갔더니, 500디르함(164,070원)짜리 1장밖에 안 남아 있었다.


그래서 명동에서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했고, 두바이 공항에서 달러를 디르함으로 환전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원화를 직접 환전해주지 않는다!)


공항 환율이 괜찮다고 해서 그냥 바꿨는데,

여러 군데 비교해보니 지하철 역사 내 환전소가 환율이 가장 좋았다.

☞ 1달러당 지하철 3.68디르함 > 쇼핑몰 3.64디르함 > 공항 3.61디르함 > 호텔 3.50디르함


환전까지 끝내고 나오니, 숙소에서 나온 픽업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인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숙소로 출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두바이의 모습은... 우리나라 대도시와 거의 흡사했다.

야자수아랍어 간판이 많다는 것만 빼면.


첫 번째로 묵은 숙소는 아흐메디아 헤리티지 게스트 하우스(Ahmedia Heritage Guest House).



무료로 공항 픽업이 되고, 성수기인 12월에도 가격이 10만 원 내외로 저렴해서 예약했는데

두바이에서 묵은 숙소 중에 제일 괜찮았다.


중동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전 7시쯤 숙소에 도착했는데,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라서 7시간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평소 체력이었다면 짐만 놓고 놀다가 올 텐데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잔 탓에 죽을 것 같았다.


'얼리 체크인'을 하면 하루 숙박비의 1/2이 넘는 돈을 내야 하는 상황.

고민고민하다가... 얼리 체크인을 하면 조식을 주냐고 물어봤다.


Can I eat breakfast if I check in now?

카운터 직원도 웃고, 나도 웃고 ㅋㅋㅋㅋㅋ


어쨌든 조식을 준다길래 얼리 체크인을 하기로 결정했고, 조식을 먹고 잠을 좀 자기로 했다.



잠을 청하며, 두바이에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했다.

피곤했던 탓에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잠들어버렸지만...


이때까지는 몰랐다. 하루 만에 두바이에서 거지가 될 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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