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주 Feb 14. 2016

얄라, 두바이

③세계 3대 분수쇼 '두바이 파운틴 쇼', 서서 봐도 충분히 예쁘다.


앗살라무 알라이쿰!(안녕!)


두꺼운 외투를 벗고 여름 옷으로 갈아입으니 중동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잠깐 눈을 붙였더니, 컨디션도 좋았다.


카운터 직원에게 가까운 지하철역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알 라스(Al Ras)역이라고 했다.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가니 5분도 안돼 역이 나왔다.

숙소 한번 잘 골랐다며 스스로 감탄을...!ㅋㅋ



첫째 날의 주요 일정은 세계 3대 분수쇼인 '두바이 파운틴 쇼'를 보는 것.


분수쇼를 보기 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몰(Burj Khalifa/Dubai Mall)역까지 이동했다.


두바이 지하철은 크게 Green lineRed line으로 나누어지는데,

숙소가 있는 알 라스(23)에서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몰(25)까지 이동하려면

부르주만(26/19)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지도에는 Khalid Bin Al Waleed라고 나와 있는데, 예전 이름인 듯하다.

두바이 지하철에는 Burjuman이라고 쓰여 있다.)


Red line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인 지하철(52.1km)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기도 하다.


출처: http://www.mydubaistay.com


지하철을 탈 때는 교통카드인 'Nol Card'가 필요하다.

신기했던 점은 Nol Card에도 등급이 있다는 점!

Nol Card는 Silver/Gold/Blue(Regular)/Blue(Gold)/Red 등 5개 종류로 나누어진다.



각각의 카드는 구입 가격(Card Price), 승차 비용(Trip Cost) 등에서 차이가 나는데,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각각의 카드 소지자가 탈 수 있는 지하철 칸이 다르기 때문이다.


Gold Card 소지자는 지하철마다 한 칸씩 있는 Gold 칸에 탈 수 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고 급하게 뛰어내려갔다가 엉겁결에 Gold 칸에 탄 적이 있는데

Gold 칸은... KTX 특실 느낌이었다.

사람은 적고, 앉아서 갈 수 있는 좌석은 많고!


Gold Card의 승차 비용은 일반 카드의 딱 2배다.

일반 카드의 승차 비용이 구간별로 AED 3, AED 5, AED 7.5일 때,

Gold Card는 AED 6, AED 10, AED 15이다.


"돈 많이 내. 그럼 편하게 가게 해줄게."

여기도 대놓고 자본주의다. 돈이 장땡!



관광객들은 보통 Red Card를 구입한다.

다른 카드의 구입 가격이 AED 25~AED 80인 반면, Red 카드의 구입 가격은 AED 2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Red Card는 탈 수 있는 횟수가 한정돼 있어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해야 할 경우 카드를 계속 구입해야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이 지하철 역무실 앞에 길게 줄 서있는 광경을 꽤 자주 봤다.



승차 비용도 AED 4, AED 6, AED 8.5일반 카드보다 AED 1씩 비싸다.


그.래.서.

아주 짧게 머무는 게 아니라면, Silver Card를 사라고 권하고 싶다.


Silver Card를 사는 데 25디르함이 드는데, 기본으로 19디르함이 들어있기 때문에

실제 구입 가격은 6디르함, 우리 돈으로 2,000원 안팎이고

4~5번만 지하철을 타도 기본으로 들어있는 19디르함은 가뿐하게 넘어선다.


우리는 친구가 Silver Card를 빌려줘서, 충전만 해서 썼는데

여행 기간 내내 80디르함 정도 들어갔다.



지하철 카드 충전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디에다 카드를 넣고, 어디에다 돈을 넣는 건지...ㅋㅋ


결국 현지인이 충전하는 걸 보고, 따라 해서 성공!

내가 계속 카드를 들이밀었던 곳은 원래 돈을 넣는 곳이었다. 하하...^^;



두바이에서 처음 탄 지하철 칸에는 'Women & Children only'라고 적혀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을 위해 Gold 칸 바로 뒤 한 칸을 따로 마련해 놓은 것이다.


잘 모르고 이 칸에 타는 남자 관광객들도 많았지만

내 옆에 있던 현지 여자분께서

남자들이 이 칸에 타다가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며, 경찰이 두 달 전에 순찰하는 걸 봤다고 말해줬다.



알 라스(23)부르주만(26/19)→부르즈 할리파/두바이 몰(25)


길고 긴 '지하철 탐험' 끝에... 드디어 목적지 도착!



지하철역은 두바이 몰과 바로 연결돼 있다.


뭐, 그리 바로는 아니었다.

두바이 몰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나올 기미는 안 보이고...


다 왔다 싶으니까 지하상가가 나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헛웃음을 지으면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진짜 두바이 몰이 나온다.



두바이 몰은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세계 최대의 쇼핑몰로,
이 역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뭐만 했다 하면 '세계에서 제일'이다.

석유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랍에미리트 온 천지가 사막이었을 텐데, 초고속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www.guinnessworldrecords.com


두바이 몰에서만 몇 번이나 길을 헤맸는지 모른다.


친구가 먹어보라고 추천한 '치즈케이크 팩토리''p.f chang'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돌아다녔는데

왜 자꾸 지나갔던 길로 돌아오는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무조건 층별 안내서를 보면서 찾아다녀야 한다.


쇼핑에 별 관심 없는 나는 대충대충 돌아보고, 밖으로 나왔다.



와우.....

나가자마자 강렬한 햇빛에 눈을 뜨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나를 압도한 건 오른쪽으로 보이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

높이 828m, 162층. 고개를 치켜들어야 맨 위쪽의 얇은 기둥이 보인다.



이때부터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부르즈 할리파 앞에서 실컷 사진을 찍고 나니, 커다란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두바이 파운틴 쇼'가 펼쳐지는 바로 그 호수다.

밑바닥이 훤히 보여,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두바이 파운틴 쇼'는 매일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분수쇼가 어디서 제일 잘 보일까 고민하다가

호수의 정중앙에 위치한 장소를 발견했다.



오빠 뒤로 보이는 건물! 두바이 몰 옆에 있는 수크 알 바하르(Souk Al Bahar)였다.


직접 가서 둘러보니, 수크 알 바하르는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였다.

1층보다는 2층이 더 잘보일 것 같아서 2층에 있는 식당가로 올라갔다.



여기서부터 잘못됐던 것 같다.


우리가 예약하겠다고 들어간 식당은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이 제일 처음으로 점찍었지만 메뉴판만 보고 돌아섰던 곳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설마 하고 찾아봤더니 거기가 거기더라는...!)


그 이름하여 'Bice Mare'!!!



겁 없이 들어가서,

카운터 직원에게 창가 자리를 예약할 수 있냐고 물으니 7시에 가능하다고 했다.


메뉴판에 나와 있는 가격도

환상적인 분수쇼를 정중앙에서 보는 값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식사 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돼 있다는 안내까지 받은 뒤

예약 완료!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 때우기에 나섰다.


두바이 몰로 돌아가

지난해(2015년)까지 '세계 최대의 아크릴 패널'이었던 수족관 관람창도 보고!

(중국 광저우에 더 큰 아크릴 패널이 생겼다고 한다.)



친구가 극찬한 '치즈케이크 팩토리'에 들러

오레오 치즈케이크를 테이크 아웃! 야외로 들고 나왔다.



밖은 그새 컴컴해져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부르즈 할리파의 밤 모습은 굉장히 멋있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웠다.


12월, 1월은 두바이의 겨울이라던데...😱

카디건을 들고 나오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했다.


떨면서 케이크를 먹으니 거지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맛있어서 끝까지 꾸역꾸역.



다 먹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첫 번째 분수쇼를 만났다.


바글바글 모인 사람들은 누가 '풋쳐핸섭!'이라도 시킨 듯

하나같이 핸드폰을 치켜들고, 분수쇼를 영상으로 남기고 있었다.



준비 없이 맞은 분수쇼는 생각보다 더 예뻤다.


핸드폰은 드는 둥 마는 둥 셀카봉에 걸어놓고,

분수쇼를 최대한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물기둥은 노래에 맞춰 높게 뻗었다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다가 모였다가 헤쳤다가 하며

자유자재로 춤췄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절대 다 담을 수 없으니,

직접 보게 되면 꼭 눈으로 담아오길!



한 곡은 금방 끝났다.


전망 좋은 식당에서 분수쇼를 보면 더 멋지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예약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입구를 찍고 있으니까, 지나가는 외국인이 포즈도 잡아주고...ㅋㅋ



기분 좋게 입장!


했는데...


안내받은 자리가 완전 창가 쪽이 아니었다.


야외 테라스이긴 했지만, 

세 줄로 배치된 테이블 중 중간 테이블에 배정된 것이다.



"뭐, 괜찮겠지...?" 하면서 메뉴를 골라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한 사람 당 하나씩 애피타이저를 시켜야 해.

순간 나갈까 고민했다.

메인 음식의 가격이 270디르함 정도인데, 애피타이저의 가격이 100디르함~130디르함 정도였기 때문이다.


270디르함은 우리 돈으로 약 9만 원.

2명이 애피타이저와 메인 음식을 각각 1개씩 시키면 한 끼에 26만 원 정도 든다는 얘기다.

고작 40만 원 환전해왔는데...ㅋㅋ 이건 사치였다.


옆 테이블을 흘깃 보니,

가족 3명이 각각 애피타이저와 메인 음식을 시켜서 먹고 있었다.


walk-in이면 진짜 바~로 나갔을 텐데...

예약까지 한 마당에 나갈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2인용 애피타이저 하나, 메인 음식 하나를 시켰다.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일본인 가족도 좀 당황하는 눈치였다.

30분 넘게 메뉴판만 들여다보는 걸 보며 동병상련을 느꼈다.


'MARE', AED 299


애피타이저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애피타이저만 무려 4접시가 나왔다.

그것도 한 접시, 한 접시 가~득 채워서.


맛은 꽤 괜찮았다.

하지만... 메인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배가 꽉 차버렸다.


배 두드리고 있는데, 또다시 직원이 다가왔다.


이제 second dish 가져다 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접시를 다 치우더니,

메인 음식 앞접시를 가져왔다.


보름달 만한 걸로...



무슨 참치 한 마리라도 나오는 줄 알았다.


'SEABASS FILLET', AED 270


거대한 앞접시 때문에 얼굴이 아플 정도로 웃다가

목이 말라서 물을 먹으려고 하니까...


이번에는 직원이 뛰어왔다.


물병에 손대지 말라며... 자기가 주겠다며.....!ㅋㅋ


목마른데!!!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시고!!!!!!!!!!

한 병에 9천 원짜리 물을 마시려니 절차가 복잡했다.



비싸고 배부른 애피타이저, 농어 한 덩이에 보름달 만한 앞접시, 손댈 수 없는 물.


모든 게 엉망인 것 같아서 너무 어이가 없고 웃겼는데,

분수쇼가 잘 안 보였던 게 제일 어이없었다.


이 모든 걸 감당한 이유가 분수쇼를 더 잘 보기 위해서였는데

완전 창가 쪽이 아니라서, 테라스 난간과 기둥이 시야를 가렸다.



이런 식으로 분수 끄트머리만 보이길래

서서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더니, 직원이 앉으라고 했다.


忍忍忍忍忍

끄트머리만 보라는 말인지...


너무 황당해서 둘이서 막 웃었더니

직원들이 이상하게 쳐다봤다.


그래도 분수쇼 보러 왔는데...

못 일어선 대신, 셀카봉을 높게 뽑아 들고

눈 대신 영상으로 분수쇼를 담았다.



셀카봉을 높이 들었는데도, 테라스 난간이 계속 영상에 걸렸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나가려고 계산서를 달라고 하니까

직원 왈

후식 커피는 공짠데 안 먹고 갈래?

안 먹어!!!ㅋㅋㅋㅋㅋ


첫날부터 한 끼로 650디르함, 20만 원을 써버리고 거지가 됐다.

설상가상 현금도 모자라서 VISA 카드로 결제하고...


입 삐죽 내밀고 나왔는데

부르즈 할리파 야경을 보며 호숫가를 걸으니 조금 진정이 됐다.



누군가 우리처럼, 두바이 분수쇼가 잘 보일 것 같아서

Bice Mare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면 뜯어말리고 싶다.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20만 원이나 주고 먹을 정도로 맛있거나 전망이 좋진 않았다. (완전 창가 쪽은 괜찮을지도...)


개.인.적.으.로.

2층 식당보다는 사람들 틈에 서서 분수쇼를 봤을 때,

분수 중간 쪽보다는 두바이 몰에서 수크 알 바하르로 넘어오는 다리 쪽에서 분수쇼를 봤을 때가 제일 예뻤다.


두바이 여행 첫날부터 값비싼 경험을 했다고 서로를 위로하며...


두바이 파운틴 쇼, 서서 봐도 충분히 예쁘다!



#두바이지하철 #NolCard #두바이몰 #치즈케이크팩토리 #부르즈할리파 #두바이분수쇼 #두바이파운틴쇼 #BiceMare


작가의 이전글 얄라, 두바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