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잘 먹었으면 됐다
여행 중 '여행하는구나'라고 체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호텔조식'. 20대에는 가난한 여행자라 아끼고 아껴 다니는 통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호텔은 커녕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조식을 접하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빵 조각에 시리얼만 줘도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외지에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기분이랄까. 뭔가 대접받는 기분, 공짜 밥 먹는 기분, 그게 참 좋았던 것 같다.
30대가 되니 호텔이 다 비싸고 두려운 존재는 아니며 저렴하고 괜찮은 호텔들이 있다는 걸 알게됐다. 그리고 둘이 하는 여행이라면 도미토리 쓸돈으로 혹은 조금만 더 보태면 호텔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일본 여행. 엄마랑 하는 여행이라 더 신경썼기에 가능했지 싶다. 조그마한 호텔이었지만 음식도 깔끔하고 일본음식이 이런거구나 느끼게 해줬던 조식들. 물론 저 외에 후식까지 잘 먹었다.
오늘은 유후인에 가는 날. 그래서 이른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북큐슈 패스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유후인 가는 버스를 미리 예약했는데 고쿠라에서 다시 하카타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정류장에서 물어물어 버스를 탔다. 우리는 북큐슈 패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은 타지 않았다. 왜냐면 우리는 아끼는 여행이니까.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4만원대에 사서 3일동안 알차게 잘 썼다. 참고로 나는 일본어를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와 '이타다케마쓰' 밖에 모른다. 다음번에 갈땐 꼭 기초회화를 공부해서 가야겠다 생각했다. 괜히 생기는 언어욕심!! 그건 그렇고 무사히 시간안에 도착해서 버스티켓을 받았는데 버스가 텐진역에 정차한다. 아... 우리 늦어서 텐진 역에 내려서 택시타고 하카타 역 갔는데... 뻘짓했구나. 잘 모를 때 일어나는 헤프닝. 엄마랑 어이없음에 그저 웃지요. 그래~ 난 하카타-유후인 표를 끊었으니까. 그리고 덕분에 택시도 타보고~ 일본 택시는 자동문이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괜찮아. 버스를 놓친 것도 아니자나. 고쿠라에서 하카타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 귀여운 일본소녀들과 네비를 찍고 또 찍으며 입구까지 친절히 데려다 준 택시기사 아저씨. 다들 참 친절했다.
도착하니 점심시간. 오늘은 료칸에서 묵는 날이기에 체크인 시간 맞춰가서 온천을 만끽하고 저녁 가이세끼를 먹을 예정이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였지. 역앞을 살짝 둘러보고는 사시미 초밥 사진에 이끌려 식당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맛집 검색도 했는데 조금 멀기도 해서 그냥 본능에 충실하기로. 내가 일본에서 먹은 밥 중 가장 비쌌다. 초밥이 2800엔정도 했던듯. 맥주는 먹을생각이 없었는데 옆좌석에서 '나미비루'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아!!저거다!! '나미비루' 생맥주다!! 그럼 우리도 한잔만 시켜서 나눠먹자며 부끄럽게 주문해본다. 시원하구 좋구나~!!
초밥은 매우 든실했으며~ 육사시미에 겨자소스는 콧구멍 팡팡!! 터쳐주시며 즐거움을 선사해주었고~ 소바는 생각보다 면이 뚝뚝 끊기고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이드로 나왔던 치킨가라아케는 촉촉촉!! 볶음밥도 짭조롬 맛있었다!! 이만하면 뿌듯한 점심식사~ 배도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유후인 구경할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