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다.
비 오는 유후인을 뒤로하고 다시 돌아온 후쿠오카. 마지막 숙소는 하카타역과 텐진역의 중간. 위치는 조금 애매했지만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호텔. 이 방을 약 8만원에 예약했는데... 첫날 묵었던 고쿠라 호텔은 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약 13만원을 주고 예매했었지. 게으른 자의 최후.
하카타 역 주변 호텔도 찾아봤지만 가격에 비례하여 시설이 더 맘에 드는 곳을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대중온천탕. 많이 걸을 것을 생각하고 마지막 날이니만큼 온천욕을 한번 더 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생각보다 방이 너무 넓고 시설도 쾌적해서 매우 흡족했다. 아끼겠다는 패기로 데이터로밍이나 포켓와이파이는 물론 유심칩도 사지 않은 나. 사실 유심칩은 생각도 안 했다. 호텔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식당과 돈키호테를 찾는다. 길 헤맬까 노심초사하며 길 찾는 나에게 엄마는 시간 아까운데 왜 빨리 안 나가냐고 잔소리를 해댔었지. 나도 나가고 싶은데 초조한 걸 어떡하나. 오늘 저녁 메뉴는 곱창전골. 북규슈 패스를 알차게 써야 했기에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던 우리. 한 번도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노선표 볼 줄도 모르고 글도 못 읽고, 그리하여 주변인들의 도움을 많이 청했다.
다행히도 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라쿠텐치 텐진점. 생각보다 내부는 작고 허름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우리는 간단하게 모츠나베 2인분을 주문. 빠질 수 없는 생맥주도 주문. 하지만 저 잔에는 비밀이 있었으니... 맥주가 2/3 정도밖에 들어있지 않은 것... 충격적!! 어쩐지 잔이 너무 가볍다 했다. 차가움을 유지하기 위함인지 모르겠으나 잔 바닥의 1/3 정도 혹은 그 이상이 빈 공간이다. 야채가 수북하니 많아서 좋았으나 곱창은 너무나 질겼다. 잘 삼켜지지 않을 정도.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곱창은 표백제라던지 약품을 써서 부드러운거고 화학공정을 거치지 않은 곱창은 원래 질기다고 한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국물이 계속 졸아서 점점 짜지더니 마지막 짬뽕면 사리를 넣었을 때는 많이 짰다. 우리가 알던 곱창전골과는 다른 간장 맛의 곱창전골. 처음 먹을 때는 간도 알맞고 야채의 단맛이 우러나면서 깔끔한 맛을 선사했으나 질긴 곱창과 점점 깊이 우러나는 짠맛 덕분에 뒤로 갈수록 맛이 별로였다. 빨리 드시거나 중간에 불을 끄는 걸 추천합니다.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캐널시티, 나카스 거리, 돈키호테. 계획적 쇼핑이라던가, 커다란 목적이 없었기에 사실 쇼핑센터는 그리 좋아하지도 않고 선호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딱히 갈 곳도 없고 해서 들러본 가장 크다고 생각했던 쇼핑몰. 캐널시티에 오기까지 험난한 여정이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내릴 뿐 아니라 분명히 눈앞에 보이는데 왜 들어가질 못하니. 길을 돌고 돌아 골목길을 헤매며 간신히 도착하였다. 에이비씨 마트에 들어갔다가 엄마는 쿨의 이재훈을 보았다. 나에게 다가와 그 사람이랑 눈이 마주쳤다며, 습관적으로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 하는 엄마는 20고개로 나에게 이재훈을 설명했다. 그렇게 비를 피해 잠깐의 아이쇼핑과 분수쇼를 구경하고는 나카스 거리로 향했다. 포장마차가 즐비할 줄 알았는데 그날은 비 때문인지 뭔지 포장마차가 눈에 띄지 않았다. 나카스 뒤쪽 길에는 빠찡코 같은 가게들이 많고 아무튼 유흥의 냄새가 풍기는 길거리가 있었는데 왠지 기분 나쁜 눈초리를 받는 거 같아 그 길을 얼른 빠져나왔다. 첫날 고쿠라에서 조용하고 술 취한 사람도 없고 참 한적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큰 도시에 오니 여기저기 술 취한 사람들이 보인다. 어서 돈키호테를 찾아가자!!라고 생각하는데 캡처한 지도로만 찾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횡단보도에 같이 서 있던 키도 크고 예쁘게 생긴 일본인 여성 두 분께 또다시 도움 요청!! 둘이서 뭐라고 얘기를 나누더니 나한테 뭐라고 하는데 뭔지 모르겠고 따라오라고 해서 갔는데 어디서 얼큰하게 취하신 아저씨가 오심. 아마도 아버지인 듯했다. 나한테 어디서 왔냐~ 그리고 뭐라고 또 하셨는데 못 알아들었다. 술 드시고 기분이 좋으신지 말씀하시는 내내 함박웃음을 짓고 내 이마를 뭔가 되게 귀엽게 손바닥으로 톡 치셨는데~ 아무튼 되게 웃겼다. 유쾌한 아저씨가 대략적 길 설명을 해주셨는데 역시나 말이 안 통해서 대충 알아들었지만 다행히 잘 찾아갔다. 개인적으로 술 취한 사람이 많아 무서웠던 나카스의 밤거리. 소박한 우리 모녀는 주섬주섬 담다 보니 일본에서 가장 큰 쇼핑을 돈키호테에서 행하였고 술 코너에 한동안 머물렀으며 두 손 가득 들고 이번엔 택시 타고 호텔로 귀가하였다.
나는 시간 안에 오기 위해 서둘렀다. 밤 9시까진가? 정해진 시간 안에 호텔 식당에 가면 저렇게 공짜 소바를 준다. 저게 뭐라고 굳이 굳이 먹겠다고 소바 먹고 온천욕 하러 갔다. 대중탕 때문인지 이곳은 가운 대신에 저런 실내복을 주는데 저게 참 편하고 템플 스테이 온 거 같고 좋더라. 온천욕을 끝내고 나니 뭔가 또 심심하지 않겠어. 편의점이 호텔 1층에 있기에 나는 또 편털하러 갔다왔다. 라면을 요구했던 엄마. 알고보니 곱창전골 먹고 탈 나서 공짜 소바도 안 먹고 배 다 비우고 나니 배가 다시 허해져서 라면을 찾았던 것. 아프다고 말도 안하고 잘 따라다닌 엄마. 해결하고 나서야 뒤늦게 고백했다. 마지막 밤이다. 이렇게 밤마다 야식을 먹으니... 내일은 또 얼마나 못생겨져 있을까. 매일매일 갱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