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낭만 여행
비싼 료칸에 왔으니 바쁘게 움직여야지!! 한번이라도 더 온천욕을 하기 위해 조식 전 새벽부터 내려가 탕 순방을 한다.
가장 큰 대중탕을 이용해 볼까하여 들어가본다. 뭔가 휑하네. 밤새 비가 와서 습기찬 유리창과 넓은 창으로 보이는 초록식물들이 보기는 좋다. 근데 여긴 아닌거 같아. 옮기기로 엄마와 합의.
여기다!!! 어젯밤에 왔을때는 어둡고 굉장히 스산했는데 이른 아침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숲속 오두막 작은 욕탕 같은 느낌이랄까? 온기도 좋고 조명도 좋고 뷰도 좋고 물도 좋고 모든것이 완벽했다. 둘이 들어가면 딱 좋은 정도의 크기. 온천물이 좋긴 좋은가보다. 피부가 부들부들. 놓치고 싶지 않아!! 가볍게 온천욕을 마치고 이제 조식을 먹으러 갑시다.
비가 너무 온다. 체크아웃 손님은 우리와 4인 가족. 비가 너무 많이 온다며 친절하게도 주인아저씨께서 차로 유후인역까지 바래다 주셨다. 유노히라도 아니고 유후인까지 차량서비스를~~!! 너무 좋다. 대가족이 살면서 운영하고 있는 듯한 야마시로야 료칸. 식사시간만 되면 할머니는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음식을 내올때마다 말씀하시고 아주머니는 무엇이든 친절하게 영어로 답해주셨다. 온천, 식사, 온천, 취침, 온천, 식사를 반복하고 나니 훌쩍 지나가버렸던 내 첫 료칸에서의 시간. 너무나 아늑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배부르게 지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료칸 밖으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다는 것. 볼것도 없을 것 같고 비가 온다는 이유로 안에만 있었는데 동네를 한번 휘이~ 둘러볼 걸 하는 아쉬움을 나중에야 느꼈다. 늘 후회는 뒤늦게 찾아오는 법이지. 그래도 안락하고 푸근했던 나의 첫 료칸 대성공!!
다시 유후인. 비가 오니 사람도 적고 운치도 있고 비오는 날의 낭만이 느껴지는구나.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리지만 않는다면 적당한 비내리는 거리는 참 걷기 좋은 것 같다. 가게들도 많고 간판이며 디스플레이만 보고 걸어도 심심하지 않은 곳이다. 어제 못 먹은 뜨끈한 고로케. 한개만 사서 엄마랑 나눠먹기. 완전 부들부들 역시 감자는 맛있구나.
비가 오니까 밖에 우산을 마구마구 펼쳐서 디피를 해 놓았다. 그리고 인천에 도착해서 우산을 하나씩 들고 내리는 탑승객들을 여럿 보았다. 한국에 돌아와서야 검색을 통해 알았다. 저 우산이 특산품이란걸. 평소에는 안 보이다가 물에 젖으면 나타나는 문양. 그랬구나. 나는 몰랐네. 그래서 비 온다고 저렇게도 많은 우산을 비 맞으라고 펼쳐 놓았었구나. 이래서 사람은 아는만큼 보이는거라 했던가.
비도 오고 해서, 그럼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셔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카타로 돌아가는 버스를 서울에서 미리 예매한 나는 시간이 남아서 커피를 한잔 하기로 한다. 비오는 날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죽이는 건 언제나 좋다. 생각보다 카페는 많지가 않아서 겨우 찾아 들어간 곳이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더 걸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조금 춥기도 하고 해서 앉아서 쉬기로 했다.
원래 뭔가 먹으려고 했었던 거 같은데 비가 오니 국물이 땡겨서 지나가는 길에 있던 라멘 가게에 들렀다. 바 테이블로만 이루어진 작은 가게. 아무래도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가 보다. 언어는 하나도 통하지 않았지만 바디랭귀지와 직감으로 주문을 했다. 나는 가장 기본인듯한 메뉴, 엄마는 매운 거. 엄마의 라멘은 생각보다 맵지 않고 칼칼하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비가 와서 더욱 더 낭만적이고 여유로웠던 유후인 여행. 그냥 생각없이 걷고 보고 맛보면 되는 여행하기 편한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료칸 숙박을 기준으로 앞뒤 시간이 넉넉치 않아 유후인을 온전히 다 보지는 못한 것 같다. 긴린코 호수가 유명하다는데...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나는 그곳을 가지 않았다. 왜냐면 갔다가 돌아오기엔 너무 멀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사실 갔었어도 될 거 같은데 게으름이라고 해두자. 어딜가도 아쉬움을 두고 오는 나란 인간. 다음에 또 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