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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n 12. 2024

요가 수련 중 하는 잡생각

이게 움직이는 명상이지 뭐야

마음이 요동치는 날이 있다.

감정의 울렁거림을 어찌할 줄 모를 때 나는 요가수련을 간다.

극한까지는 아니지만 고강도의 몸의 움직임이 마음의 충돌을 덜어주는 것 같다.

그런날은 여지없이 눈을 감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어 눈물이 맺히곤 한다.

오늘 사바아사나를 하면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명상은 현재에 머무는 연습을 하는 거라 했다.

근데 난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추억을 곱씹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너무 감사하고 완벽한데, 왜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지 않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걸까.

나의 우울과 한숨과 답답함과 짜증은 어디서 오는 걸까.

결국 돈인가? 인간의 자존감과 여유는 그 사람이 가진 물질적 풍족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부잣집 악역들을 보자면 뭐 꼭 그런것만은 아닌것도 같지만

적당한 경제적 여유가 필요한 건 확실한 것 같다.

사실 일이 잘 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더 많이 알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고 잘 해내고 싶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만은 좋은 소리만 듣고 싶고 좋은 사람만 만나고 싶다.

그럴면 배워야 할 것도 공부해야 할 것도 많은데 비싼 돈 들여 배우는 과정에서 몇번의 실패를 맛보았기에 뭔가를 또 배우게 된다면 제 돈 주고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근데 그러자니 돈이 없고, 그 돈을 만들자니 배울 시간이 없고, 앞 뒤 꽉 막힌 상황에 답답할 따름이다.

마음의 평화와 물질적 풍요 중 뭘 선택해야 하나.

늘 이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지.


나는 완벽하지 못하다. 완벽보다는 대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복잡해 보이는 건 포기하고 어려워 보이는 건 시도하지 않는다.

사실 그 이면에는 성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부끄러움이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먹고 덤벼들거나 엄청난 목표를 두고 행동하지 않는다.

그게 두렵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될것을 난 그런 역량을 가지지 못했다.


거절받는 걸 두려워하고 부탁하는 것도 부끄럽다.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어도,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저 사람이 날 이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라는 개념이 내 뇌에 이미 기본값으로 입력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내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그러면서도 이 정도면 잘 살아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나 보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데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늘 그랬다. 처음 시작하는 곳에선 변하고 싶었다. 항상 성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의 변화는 있었던 것 같다. 나이를 먹고 또 먹으면서 많이 용감해졌다. 어릴때와는 또 다른 두려움과 공포가 생기긴 했지만.

서른에 했던 고민을 곧 마흔에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자니 이 고민은 10년뒤 20년뒤에도 똑같이 하고 있을 것 같다.


난 뭐가 되고 싶은걸까?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뭘 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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