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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Dec 05. 2018

04. 이유가 필요해

지금 생각하면 잠시 백수가 되는 것이 무슨 큰 일이라고 몇 년을 마음 졸였는지 모르겠다. 사실 젊은이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스로 백수가 되어 논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부터 오는 압박이 컸던 듯 하다.


현재 두바이에 거주하는 나는 쇼핑을 할때, 너무 사고 싶지만 가격이 부담될때 원화가 아닌 디람(aed)로 계산을 한다. 김밥 한줄이 50aed(15000원)인 두바이에서 밥 한끼는 보통 승무원 할인을 받아서 100aed(3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두바이 현지 통화식으로 계산하면 웬만한 것들은 착한 가격에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야말로 죄책감을 덜어주는 마법같은 생각의 전환인 것이다. 반대로 그렇게 확신이 들지 않는 품목은 원화로 한번 더 계산한다. 그러면 움켜 집었던 물품을 나도 모르게 내려놓는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자에게 쇼핑은 늘 어렵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돌아가서, 원화와 디람 사이에서 줄타기 하듯 쇼핑하는 것과 같이 무언가에 대한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 신중하다 못해 쫄보인 나는, 그 당시 내게 각인된 ‘청년백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뚫고 기나긴 고민을 끝내줄 이유 한 가지,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 같다.


떠올랐다. 내 나이. 29살!!


어렸을 적, 내 나이 30엔 가정도 아이도 있는 아줌마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자들에게 3이라는 숫자로 시작되는 나이는 뭔지 모를 기회를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잃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좋다. 30이 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해 보는 한 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막연하게 무언가를 시도해 볼 것이라면 3으로 시작하지 않는 29살의 내가 훨씬 가능성이 많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이렇듯 생각의 전환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무섭다. 이유가 생기니 결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내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딱 1년만”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였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 얻기

책 많이 읽기

춤 배워보기

운동해서 몸매 가꾸기

수영 배우기

언어 배우기

유럽 여행가기.... ...


소소하게 배우고, 해 보고 싶은 것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써 놓고 보니, 그간 내 시간이 부족하긴 했나보다. 대부분이 여가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요즘 말로 ‘워라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는 이도저도 되지 않는다. 한국의 삶으로써 직장을 그만 두고 쉰다는 것은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1년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우선 순위를 정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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