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날짜는 지나갔다. 원감님과의 면담이다.
“올해는 어땠어?? 힘든 점은 없었고?? 내년 계획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는 질문에 대해 결국 나는 의외의 대답을, 던져버리듯 내뱉었다.
“내년엔 1년 정도 쉴까해요.”
“응? 무슨 말이야?? 뭐 다른 계획이 있어?”
“조금 지친 것도 같고, 1년 정도 재충전할 시간을 갖고 싶어요.”
“잘 생각해봐 선생님, 올해 내가 보기에 선생님 너무 많이 성장한 것 같고, 프로젝트하는 것도 이제 좀 물이 올라가는데 그만두면 너무 아깝지 않아?”
의외의 반응이었다. 보통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편인데, 회유 아닌 회유를 해 주시다니.. 어쩌면 미래에 대해 불확실한 도박을 하듯 조금은 불안했던 내 눈동자를 읽으셨는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나 스스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더욱 힘주어 말했다.
“사실 지금 다니는 유치원도, 레지오 에밀리아라는 프로그램도 저랑 너무 잘 맞아서 고민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지금 이렇게 나가면 나중에 이곳에 다시 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걱정되고...근데 이렇게라도 잠깐은 쉬어야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행복할 거 같아요. 사실 지금은 좀 많이 지쳤어요.”
며칠 후, 원감님께서 아이들이 하원한 후 찾아오셨다. “부원장님이랑 이야기 해 봤는데, 정 그런 생각이면 1년 정도만 쉬고 다시 오라셔.”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의 꿈을 찾아, 쉼을 찾아 떠난 용기있는 이들에 비하면 난 반칙을 한거나 다름없다. 돌아올 어딘가가 있다는 사실은 되려 현재로부터 떠나는 내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었다.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난 대체 내가 무엇을 직업으로 삼아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