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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Nov 26. 2018

03. 선택의 기로

회의감과 뿌듯함 사이를 위태롭게 걷고 있을 무렵, 연말이 또 다가왔다. 매년 말, 유치원 교사는 원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원에 더 있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면담을 한다. 사실 후년에 계획이 있는 경우 일상 대화들을 통해 미리 알고 다른 원을 희망할 시, 추천서를 써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남아있는 교사들의 경우 형식적인 면담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난 여전히 고민중이다. 사실 나의 유치원을 매년 만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면서도 연말이면 더 늦기전에 무언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볼까 생각하곤 한다. 보통은 그저 흐릿하기만한 이런 고민을 하다가 원장님 앞에 앉아 ‘내년에 있을거지?’란 말에 끄덕이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친듯이 바쁜 졸업식을 끝내고 새학기를 준비할때면 ‘내 시간이 갖고 싶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특수초등을 복수 전공하면서 그 흔하디 흔한 교양 수업 한 번 듣지 못하고 계절학기까지 들으며 교사 자격증 3개를 취득했다. 그리고 졸업하기가 무섭게 유치원에 취직해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건 내 자랑도, 열심히 살았다는 증명도 아니다. ‘쉼’이 없었다는 말이다. 늘 어딘가에 속해서 무언가를 해내느라 내 삶에서 나를 돌아보고 챙길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매년 ‘잠깐 일을 쉬어볼까’하는 막연한 충동이 자꾸만 올라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졸업이 다가오면서 유치원 분위기가 들떠있다. 연말이 다가오는 듯한, 살짝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원장님과의 면담이 곧 시작됨을 알린다. 한 해를 더 살아볼지에 대한 고민을 끝내야 할 시기가 또 다가옴을 뜻한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난 대체 뭐가 두려워 망설이는 거지...??

왠지 모르게 난 현재 매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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