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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Feb 13. 2019

밀라노 호텔콕, 치즈 리뷰!!

05. 비행을 여행처럼

  보통 밀라노 하면 떠오르는 것은 패션, 쇼핑.

명품 쇼핑으로 유명한 밀라노지만, ‘패션의 도시’라는 닉네임에 버금가도록 남다른 디자인의 길거리 편집숍 또한 많아 사실 쇼핑 하나만으로도 24시간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예쁜 옷과 패션 아이템을 득템 하겠다는 의지로 눈에 불을 켜고 걷기만 해도 금세 한 보따리는 채울 밀라노 비행에서 승무원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는 호텔콕!!! 사실 요즘처럼 춥다가 오전에 유독 쨍한 햇빛이 따사롭게 비추는 날이면 이런 날씨를 등지고 호텔콕을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나는 오늘도 이 곳에서 요양하듯 푹 쉬겠다는 의지로 내 사랑 암막커튼을 쳐서 그 죄책감을 걷어내 본다.


새벽 3시 출발. 1시 본사 출근이라는 스케줄 덕에 비행 전에 잠 한숨 자지 않고 비행을 가는 것이 다반사. 그렇게 꼴딱 밤을 새우고 비행을 한터라 특별하게 꼭 사야 할 것이 있지 않는 한, 막연한 득템을 위해 나가는 경우는 솔직히 드물다. 단적인 예로, 3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대략 10번의 밀라노 비행을 했지만, 여전히 난 두오모 꼭대기를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올 때마다 국경일이다 주일이다 해서 두오모 꼭대기로 가는 줄이 길었었고, 혹은 호캉스라고도 불리는 호텔콕을 해왔기 때문이다. 질리지 않는 여러 번의 호텔콕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음식의 공이 크다. 이탈리아는 맛있는 음식이 많아 호텔에서만 있을 지라도 자주 오고 싶은 비행지다. 기본적으로 피자, 파스타를 비롯해 해 질 녘에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며 마시는 오렌지 빛깔의 aperol splitz, 그리고 멜론에 돌돌 말아먹는 프로슈토(prosciutto)의 맛이란.... 가히 기가 막히다. 단짠 조합의 최고봉이라고나 할까?


밀란 호텔콕을 하는 나의 일정을 대부분 이러하다.


9시 호텔 도착 - 샤워 후 기절해서 All day menu가 시작되는 12시쯤 기상 - 호텔에 피자 혹은 파스타 pick up 주문 넣기 - 호텔 옆 carrefour 가서 장보기 (치즈, 요거트, 샐러드, 와인, 프로슈토, 트러플 오일, 과일 등) - TV를 보며 와인과 함께 주문한 피자, 사온 치즈들을 맛있게 먹기 - 아침까지 꿀잠 자기


오늘도 어김없이 Take out 주문을 넣고, 이탈리아 슈퍼에 가본다. 늘 멈춰 서서 한참을 고민하게 되는 코너(corner)가 있다. 늘 맛있는 치즈를 사보고 싶지만 치즈 플래터를 먹어도 뭐가 뭔지 알고 먹지 않은 터라 늘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했던 나였다. 이번 기회에 이것저것 사서 맛보리라. 슈퍼에서 사 온 와인 한 병과 함께 이탈리아 치즈를 리뷰해보려 한다.





* Mozzarella (모짜렐라)   ⭐️⭐️⭐️⭐️

오른쪽 상단 사진 출처: wikipedia

  이탈리아 치즈 중 유명하기로는 리코타 치즈(Ricotta)와 쌍벽을 이루는 치즈이다. 보통 피자를 만드는 데 사용되거나 토마토, 바질을 곁들인 샐러드 인살라타 카프레세(Insalata caprese)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너무 유명한 치즈이기에 긴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감상평: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며 닭가슴살처럼 결이 있어 스트링 치즈처럼 찢어지기도 해 요리의 형식에 따라 찢어 먹거나 잘라먹으면 될 듯하다. 특히 , 모짜렐라로 만들어먹는 카프리제는 꾸덕하고 찐득한 이탈리아의 발사믹 식초와 천생연분!!


* Brie (브리)    ⭐️⭐️⭐️

사진 출처: wikipedia

  소젖으로 만든 부드러운 치즈-브리는 프랑스의 Ile-de-France란 지역에서 유래됐다. 카망베르 치즈와 같이 매우 부드럽고 좋은 감촉을 가지고 있으며, 흰색의 곰팡이가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극적이지 않아 겉면의 곰팡이를 걷어내고 작게 잘라먹는 것이 보통이며, 샌드위치나 볶음밥, 튀김용으로도 쓰인다.


감상평: 겉은 꼬들꼬들하고 안은 마치 당장이라도 녹여둔 치즈가 흘러나올 것처럼 말랑말랑한 게 매력이다. 약간의 짠맛은 단맛의 과일과 유독 잘 어울린다. 어울리는 과일로는 청포도, 말린 무화과, 말린 살구. 꼭꼭 씹으면 끝에는 삭힌 홍어와 같이 톡 쏘는 단맛이 있어 왠지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맛. 레드와인을 곁들여 먹길 추천한다.


* Scamorza (스카모르차)    ⭐️⭐️⭐️⭐️⭐️

왼-affulmicat, 오-bianca / 사진 출처: wikipedia

  치즈의 이름은 조롱박 형태의 독특한 모양에서 유래했으며, ‘Scamorza’는 ‘목을 베다’라는 다소 섬뜩한 뜻을 가진 이탈리아의 방언이라고 한다. 스카모르차 치즈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수세기 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주로 카초카발로 치즈(Caciocavalo Cheese)를 만드는 치즈 제조업자들이 남는 우유를 가지고 만들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테이블 치즈 혹은 토마토, 올리브유와 곁들여 애피타이져/샐러드로 먹기 적합하다.


감상평: 생김새가 호리병 같기도 하고 눈사람 같기도 한, 스카모르차는 모차렐라와 비슷하지만 더 건조하고 단단하다. 종류로는 비앙카(Bianca)와 아푸미카타(Affulmicat)가 있다. 먼저 비앙카는 담백하고 쫀득한 맛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흰색 스트링치즈의 맛과 유사하다. 아푸미카타는 ‘훈제’라는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식감은 비슷하나, 훈제 햄 냄새와 같은 향이 난다. 쫀득한 아푸미카타 치즈를 베어 물고 있자면, 고기를 한 입 먹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조금은 비앙카보다는 조금 무거운 맛. 비앙카가 드라이하고 무거운 레드와인과 어울린다면 아풀미까따는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나 과일 맛의 샴페인과 잘 어울릴 것 같다.


* Asiago (아지아고)   ⭐️

사진 출처: wikipedia

  베네치아의 북쪽 해발 1000m의 산기슭 아지아고 마을에서 13세기 초엽부터 만든 치즈이다. 원래는 양젖으로 시작했으나 16세기에 소를 들여오면서 우유를 써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종류로는 신맛이 강하고 숙성이 짧은 아지아고프레사토(Asiago pressato/Asiago fresco), 산중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아지아고달레보(Asiago d'Allevo/Asiago stagionato) 두 가지가 있다.


감상평: 치즈 한 조각을 입 안으로 넣는 순간, 엄마가 어릴 적 책가방에 하나씩 넣어주던 앙* 슬라이스 치즈가 생각났다. 과일맛의 가벼운 와인이나 로제 와인을 추천한다. 사실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내 스타일은 아닌 걸로.


* Fontal (폰딸)    ⭐️⭐️⭐️⭐️

사진 출처: wikipedia

  폰탈 치즈는 이탈리아의 북부에 있는 롬바르디아 주에서 생산되는 치즈로, 같은 나라에서 생산되는 폰티나(Fontina) 치즈의 변형된 형태이다. 폰탈 치즈의 역사는 중세 시대, 지역 주민의 이름인 폰틴(Fontin)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마운틴 치즈로 불리는 폰티나와 에멘탈(emmental) 치즈의 장점을 합쳐 놓은 것으로 보면 된다.


감상평: 담백한 짠맛이랄까? 앞서 맛본 브리치즈나 스캐모르짜에 비하면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식감이다. 하지만 담백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는 느낌.


* Tomino (토미노)  ⭐️⭐️⭐️

왼쪽 사진 출처: wikipedia

  소젖으로 만들며, 이탈리아 치즈로 알려지기보다는 프랑스에서 더욱 유명하며 “Tomme / Tome”로 불려지는 치즈이다.


감상평: 브리치즈와 비슷하게 겉은 옅은 곰팡이로 뒤덮여 있으며 안은 촉촉했던 브리치즈보단 쫀득한 느낌이 강한 식감을 가진 코미노 치즈. 테이블 치즈로 와인과 간단하게 곁들여 먹길 추천한다.



  비록, 유독 맑았을 하늘을 뒤로하고, 커튼을 채 한 번도 열지 않고 자고 먹기를 반복한 밀라노 비행. 하지만 이제는 와인을 시키며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치즈 하나쯤은 말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한 마음마저 생겨났다. 늘 ‘내 사랑 치즈’라고만 알다가 조금씩 검색도 해보고, 이것 저것 맛보고 나니, 더욱더 궁금해지는 치즈의 세계. 비행 덕분에 새로운 나라, 새로운 음식, 문화들을 접하게 되면서 갈수록 궁금한 것도 많아지고, 덤으로 얕고 넓은 잡지식들을 획득해가는 것 같다. 나름 알차게 보낸 밀라노 24시간 체류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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