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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Jan 04. 2019

승무원도 사람인지라..

- 특별한 기내 서비스

짧은 1-3시간 이내의 여행지라면 특별히 기대 않겠지만 그 이상의 시간을 타고 가는 여행지에서 비행기로 가는 여정은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행기를 여행으로 일 년에 한 두어번 타는 승객의 입장으로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여행을 떠나고/마치는 순간에 무언가 예기치 못한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해 봤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검색을 한다. 여행을 가기 전 내가 타고 갈 항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이며, 술은 어떤 걸 주고, 음식은 어떤 것이 주로 맛있다고 평이 나 있는지... 남들은 잘 모르지만 내가 요청하면 받을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혜택/이벤트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핀다. 어느덧, 타고갈 항공에 대해 검색하는 건 여행의 일부나 마찬가지인 셈이 되어진 듯 하다.


각종 정보를 검색하는 동안 승객들은 또 하나의 특별한 이벤트를 꿈꾸기도 한다. 기내에서 무언가 잘 부탁하거나 혹은 승무원/항공 측에서 내게 무언가 실수하는 사건•사고가 일어나 특별한 혜택을 얻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간혹 블로그에 보면 전설처럼 내려오는 ‘공짜 비지니스 업그레이드 이야기’, ‘노래를 불러주며 공연을 해준 승무원들 이야기’, ‘프로포즈를 도와준 기장 이야기’ 등이 보인다. 실제로 평균 한달에 100시간 정도를 비행하면서 거의 매 비행에서 매번 한 두명은 묻는다.


“비지니스 자리 남으면 업그레이드 좀 안되나요, 다리가 아파서 그래요”
“나 특별기내식을 요청했는데 못 받았어. 화나니까 업그레이드 해 줘!! 아님 비지니스 음식이라도 가져다 주던지”
“승무원이 사과쥬스를 내 옷에 쏟았잖아!! 지금 가는 이 티켓 환불해줘 기분나빠!”
“우리 신혼여행 가는데,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 같은 거 주시면 안되나요??”


나는 이쯤에서 말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 시도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런 일은 보통 일어나지 않는다.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 첫째. 매 비행마다 승무원에겐 해야할 서비스가 주어진다. 보통 쉴새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우리 항공의 경우 여가 시간이 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일정 서비스는 제공되어야 하기에 서비스를 하고 남은 시간동안 승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따라야 할 회사 규정이 있다. 회사는 이윤추구의 원칙이기에 승무원 혹은 지상직 스텝의 기분에 따라 마구 업그레이드를 시키고 무언가를 주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언가 특별 해택을 받았다면, 그거야말로 결정한 사무장 혹은 지상직 스텝이 회사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해준 것이다. 고로 쉽게 일어나는 일로는 회사에 양해를 구할 수 없다. 실제로 위에 제시된 것과 같은 웬만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암묵적 가이드라인(Guide Line)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전설적인 승무원의 미담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건 전적으로 내가 밥 먹을 시간 아껴서 혹은 잠시 앉을 시간을 아껴서 승객을 더 보고 싶어하는 승무원을 만날 당신의 행운에 달려있는 것이다. 사실 승무원도 사람인지라 고함지르고 불평하는 손님보다 친절하게 서비스를 받아주는 승객에게 한마디라도 더 건네고 싶고, 귀엽게 생긴 아기 승객이나 멋진 매너를 가진 승객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너무 좋은 승객 매너에 감동하면 나도 모르게 내가 주머니에 비상약처럼 지니고 다니는 초콜릿 하나라도 건네고 싶어진다. 할머니가 고쟁이에 쟁여둔 용돈을 이쁜 손주에게 쥐어주는 것과 같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밑)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설명

1. 정년퇴직 후 부터 인생을 즐기기 위해 늘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일본 할아버지. 캐리커쳐와 함께 기억을 더듬어가며 일본어로 카드를 써서 드렸다. “혼자 전 세계를 여행하시는 할아버지를 응원합니다”그러자 고맙다며 이메일 주소를 건네주며 꼭 연락하자고 하시던 귀여운 할아버님.


2. 인도에서 두바이 오는 길. 가방이 너무 무거워 “어디가시는데 가방이 이렇게 무거워요?” 라는 말로 시작된 대화. 손주 보러가는 길이라 아들과 손주들 줄 선물이 들었다고 하셨다. 사실 내 약점은 귀여운 아기 혹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 특히, 어르신들은 현재가 어쩌면 ‘다시오지 않을 오늘’과 같은 느낌이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 오늘을 기념하시라고 사진을 찍어드리고, 손주들에게 전해달라고 어린이 승객용 기념품을 건네었다. “시간은 빨리 갑니다. 덕분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오늘 하루의 감사함이 배가 됩니다. 귀한 오늘 우리와 함께 비행해주어 감사합니다. 매 순간을 즐기십시오” 카드를 읽은 할머님은 고맙다며 순식간에 내 얼굴을 잡더니 양볼에 쪽 하고 키스를 해 주셨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할머님의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까지도 따뜻해졌다.


3. 비행 내내 내 점프싯(Jump seat) 앞에서 낱말 퍼즐을 맞추던 커플. 머리를 한 곳에 맞대고서 투닥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초콜릿과 함께 사진을 찍어줌.


4. 비행 내내 서로를 극진히 보살피던 할머님들. 너무 보기 좋아 자매인지 물었더니, 60주년 기념 우정 여행을 가는 중이라는 것!! 사실, 승객들과의 대화 속에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할만한 사실을 승객들이 비밀이야기하듯 알려줄 때 뭔가 그들과 연결되어진듯해 행복하다. 일회성 만남이 아닐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들의 여행 기억 한 페이지 어딘가 구석쯤엔 내 이야기도 있을 것만 같아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다. 어쨋든, 오늘의 여행 두고두고 기억하시라고 사진도 찰칵! 마음을 담은 편지도 한장씩!!


허니문 커플을 위한 이벤트
너무 귀엽게 생긴 Audrey를 위한 카드

이밖에도 허니문 커플을 위해 트레이 위에 꽃 장식하기, 비행기에 앉아있는게 심심해진 귀여운 아가 Audrey와 함께 이야기 나누기, 파란 눈이 매력적이었던 Julia를 위해 열린 Hair salon 놀이.... ...


전설처럼 내려오는 미담들에 비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 나름대로 그리고 승무원들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승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실 제 아무리 마음 딱딱한 승무원이라도 사람인지라, 마음 살살 녹이게 만드는 승객들은 당해낼 재간은 없다. 이 글을 적어 내려가면서 문득 생각해본다. 우리가 승객들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려 노력하듯 승객들 또한 ‘내가 돈냈으니 뭐든 고함지르면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대상’ 대신 ‘하늘 위에서 만난 인연’ 이라고 생각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 위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서로를 조금만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오가는 훨씬 예쁜 미담들이 많이 생겨날 것 같다. 오늘도 나의 일기장에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승객들의 일기장 한 구석에 적힐 수 있는 감사한 비행이 되길 기도하며.. 하늘에 오른다.





* 비행기 티켓 값에는 항공운임료와 식,음료 서비스가 포함되어있지, 사람(승무원)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점프싯(Jump seat) : 승무원이 각자 맡은 비상출구(Door) 옆에 이/착륙시 앉게 되어있는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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