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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Dec 25. 2018

괜히 설레는 말, Merry christmas !

04. 비행을 여행처럼 : 코펜하겐(Cophenhagen)

눈이 없는 두바이에서, 눈을 구경할 수 있고 크리스마켓이 열리는 유럽의 비행지로 간다는 것은 특정 시즌에 한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기쁨 중 하나이다.


우리 회사에 한국인이 꽤 많이 있다고 하지만 비행수도 많고, 사람 수도 많아 한국인 승무원들을 만나 일할 확률은 인천 비행이 아니고서야 현저히 낮다. 술을 사랑하시는 덴마크 승객들 덕에 영국 다음으로 바쁘기로 손꼽히는 코펜하겐 비행에서 이코노미에 3명의 한국인이 일한다? 뭐 ‘케바케(case by case)’ 이겠지만 80% 센트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유를 말하기 앞서 이 견해는 지극히 내 주관적 견해임을 밝힌다. 아마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에이, 너무 인종차별주의적 발상이다.’라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우선, 한국인치고 일 빠릿하게 못하는 사람은 찾기 드물다. 실제로 이번 비행에서 부사무장은 마치 호흡이라도 미리 맞춰본 것 처럼 일하는 우리들을 보고 ‘일개미’ 같다고 했다. 둘째, 힘든 비행에서 탈출구는 필요한 법. “힘들다, 힘들죠!?” 단순한 한마디 모국어로 주고 받는 것 만으로도 뭔가 우리끼리 힘듦을 나누는 것 같아 힘이 된다. 희한하게도 멘탈이 탈탈 털릴 때, “저 사람 진짜 왜 저래요?”하고 던져버리는 한 마디의 힐링효과는 대단하다. 셋째, 도착해서 맛있는 거 같이 먹으러 나갈 친구가 생긴다. 외국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가면 가끔 채식주의자나 종교적 이유 등에 대한 배려로 음식을 고르기 쉽지 않다. 반면에 입맛 비슷한 한국인 마피아(Mafia)가 뭉치면 보통 유명한 맛집을 검색해 올 뿐더러 특별히 가리는 것이 많지 않기에 거나한 한상차림을 먹을 수 있다. 체력적•정신적으로 고된 승무원에게 있어서 맛있는 현지 음식 한 끼가 주는 기쁨이란.. 그저 사랑이다.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 ‘Tight’

오늘의 Pick은 뭔가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 ‘Tight’. 다닥다닥 붙어있는 코펜하겐의 건축양식 덕에 왠지 다락방에 올라온 듯한 착각이 든다. 나눠먹을 요량으로 이것 저것 주문하고, 현지 맥주인 ‘Svaneke’ 3종(Ale, Lager, Dark)을 주문하면 맛있는 저녁 식사 준비 완료!!

덴마크식 Burger / 로컬비어(local beer)가 빠지면 섭하지.
small plater
물가 사악한 나라에선 무조건 친구들이랑 이것저것 시켜 나눠먹기!!

깨끗한 나라라는 이미지 덕분일까?? 뭔가 재료들이 신선하다는 느낌과 식재료들이 주는 맛이 너무 잘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바닷가쪽이라서 그런지 좀 짠 편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후기. 총평 4.5 되겠습니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걸어서 소화를 시켜야 한다. 오늘의 핵심포인트인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해본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보통 한 장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광장(plaza)이나 골목마다 열리며, 각각 색상이나 분위기 테마(theme)를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한 곳만 들를 것이 아니라 골목을 다니며 다양한 테마의 마켓을 둘러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우리가 간 곳은 stork fountain 근처 광장. 코펜하겐의 겨울 해질녘 시간은 너무나 이른, 오후 4:30분. 게다가 호텔 안내원이 말하길, 겨울엔 해가 하루 종일 구름에 가려 떠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도 많다고 한다. 순간, ‘이러니 해를 보면 그렇게 신나 광합성을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법 쌀쌀해진 저녁 공기를 타고, 사람들의 들뜬 목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끌벅적한 곳을 향해 몇 발자국 걸어가니 christmas market이라고 쓰여진 네온사인이 보인다. 심플(simple)하게 나무로 만든 Booth가 컨셉인가보다. 여기 저기 드리워진 반짝반짝 전구들이 성탄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맛있는 먹거리도 있지만 지역 특산품이나 수공업 제품들을 파는 가게도 많아 평소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만 잘 알고 있다면 가격에 대한 큰 부담없이 선물을 고르며, 성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뱅쇼/몰드와인

자고로 크리스마스 마켓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먹거리가 있다. 그 중 단연 Must Eat 1위는 따뜻하게 데워먹는 와인, 뱅쇼(Vin chaud)/몰드 와인(Mulled Wine)/글뤼바인(Glühwein)다.


뱅쇼는 추운 북유럽 지방에서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와인에 계피, 오렌지, 꿀 등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들을 와인과 함께 넣어서 끓여 만든 음료로 끓이는 동안 알콜이 많이 날아가서인지 독한 술은 아니지만,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 손과 발이 얼어버릴 것만 같은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몸을 녹여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덧붙여, 뱅쇼를 먹을 때, 소량의 돈을 더 내면 머그컵에 따라 주고 이를 다 먹은 다음에는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 하나의 팁을 주자면, 각각의 가게마다 컵의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구경하는 셈치고 휙 둘러보면서 예쁜 컵을 제공하는 곳이 어딘지 눈 여겨봤다가 그 곳에서 사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치즈 감자튀김 가게 아저씨
Must Eat No.2 소세지가 빠질 수 없지!!

대망의 Must Eat No.2는 큰 솥뚜껑 판 같은데 구워주는 소세지!! 누군가가 그랬다. 다 아는 맛이 제일 위험한 거라고. 특별하지 않지만 야외에서 구워주는 소세지는 늘 손이가는 먹거리임이 틀림없다. No.3는 꿀바른 아몬드!! 이것은 모든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볼 순 없지만, 보인다면 꼭 작은 한 봉지를 사길 추천한다. 즉석에서 꿀인지 설탕시럽인지를 뜨겁게 끓여 아몬드에 발라주는데 살짝 식혀 따뜻하게 나온 아몬드 맛이란.... 형용할 수 없다. 여기서 팁이라면, 작은 봉지를 사든 큰 봉지를 사든 그 자리에서 끝낼 게 분명하므로 칼로리가 신경쓰인다면 꼭 작은 봉지만 살 것!!


북유럽은 인테리어의 한 장르로 칭해질 정도로 인테리어 관련 소품들이나 그릇들이 예쁘다. 코펜하겐 시내를 둘러보며 신혼 여행을 이 곳으로 와서 몽땅 쇼핑해 가야 하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또 하나, 코펜하겐은 레고(Lego)의 고향!! 레고 특유의 귀여운 열쇠 고리들은 서로 너도 나도 서로 데려가라고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소소하지만 마음이 담긴 기념품 선물로 안성맞춤!!

여름 나라에 돌아가기전 미리 축하해보는 성탄절의 마무리는 내가 제일 애정하는 카페거리로 향했다. 코펜하겐은 유독 북카페(Book cafe) 형식이나 자연스레 노트북을 펼치고 일할 수 있는 형식의 카페가 많이 있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는 Paludan bogcafe. 곳곳에 꽂힌 고서들과 책들이 도서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여름엔 바깥쪽 유리를 활짝 열어두는데 여름도, 겨울도 특유의 분위기가 공간 안의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여름에, 열린 창가쪽에 앉아 코펜하겐이 원산지인 Carlsberg를 생맥주로 마셔보면 제 아무리 술 맛 모르는 알린이(알콜+어린이=알쓰)라도 분위기와 맥주가 어우러져 선사하는 청량감에 ‘와우’를 외치게 되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Paludan bogcafe
카페거리 in copenhagen

사실 코펜하겐은 어느 가정에나 꽂혀있을 법한 ‘안데르센 동화 전집’의 안데르센이 살던 곳으로 유명하다. 저번 여름에 왔을 때만 해도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따라 뉘른 운하를 걸었었는데, 오늘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추운 겨울의 코펜하겐을 마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 하나가 주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부모님이 더 이상 변장하지도 선물을 받지도 않을 나이이지만 괜히, 그냥 설레이게 만드는 단어. 안데르센도 그렇게 좋아하는 미술관, 박물관도 잊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홀려 추운 길거리를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신이나 걷고 있다. 반짝이는 불빛들 속에 마냥 걷기만 해도 설레이던 그 날의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외쳐본다.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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