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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Dec 19. 2018

때로는 미친 것처럼..

03.비행을 여행처럼 : 더번 (Durban)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특히나 외국에서 사는 외노자 ‘승무원’으로써 어느 순간부턴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Once in your/my life” 한국에서 한참 핫한 키워드였던 ‘YOLO : You live once’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내가 한국에 살았으면 가볼 생각도 안했던 비행지를 다니다보면 주문을 외우듯 위의 문장을 외치고서 도전하게 되는 것들이 꽤나 많다. 작게는 처음 접하는 음식 혹은 그 나라 음식, 나에게는 프랑스의 개구리 요리/거위 간 요리, 아프리카의 고추장 시토(sitto)등이 그랬다. 크게는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한 번쯤 보며 ‘와~ 이걸 어떻게 해’ 했었던 익스트림 스포츠(Extream sports)가 있다.


이번 비행은 남아공 더번(Durban). 더번은 상어를 만나러 갈 수 있는 곳(Shark cage)으로 유명하다. 사실 비행은 쉽지 않다. 탄산음료와 와인을 사랑하는 남아공 사람들 덕에 승무원은 탄산음료와 와인잔을 들고 걸어서 더번을 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힘들게 간 비행에서 먹을 맛있는 무언가가 있거나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무언가가 있으면 그나마 걸어서 비행할 힘이 나온다. 이번 비행의 목적은 상어와의 만남이다.


힘든 비행이 끝이 났다. 상어 투어를 신청하겠냐고 호텔 직원이 묻는다. 정말 만나러 가도 되는 건지 아님 내가 미친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몰라 두려워 망설이는데, 직원말이 그마저도 항상 상어를 만나러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날씨, 파도의 높이, 상어서식 시기 등의 여러 가지 자연적인 운이 따라줘야 한단다. 실제로 지난 번에 와서 큰 맘 먹고 신청했는데 기상이 좋지 않다고 취소된 적이 있다. 그래, 운명에 맡기기로 해본다. 하겠다고 신청했다. 이번에도 또 취소 된다면 하나님이 날 보호하신 거라고 생각하고 그만 도전해야지.

호텔 키를 받고 있는데, 확답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상어 투어가 가능하니 새벽 4시 반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다. 4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품들을 챙겨서 내려갔다. 차로 45분정도 거리에 있는 Tour spot. 간단한 안전 유의 사항을 듣고 바다로 향한다. 전문가 포스의 John이 우리의 담당 교관(instructor). 30년 배를 몰고, 수많은 상어, 돌고래 각 종 생물들과 수영을 해왔다 한다. 검은 보트를 타고 상어를 보러 떠났다. 파도가 매우 높고 강해서 보트는 파도를 맞을 때마다 높이 치솟았다가 1미터 정도를 낙하하기를 반복했다. 이런 무서운 파도에 자신있게 운전을 해내는 John이 내눈엔 마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라도 되는 냥 느껴졌다.


파도가 아주 조금 잦아들었다. 보트도 멈췄다. 다시 한 번 안전 관련 사항에 대해 듣는다. 생선을 던지기 시작하자, 바다 바닥으로 지나던 상어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영화 ‘죠스’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삼각형의 상어 지느러미들이 배 주위를 에워쌌다. John을 선두로 한 명씩 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무슨 소용이겠냐만 마지막으로 들어가겠다고 버텨본다. 드디어 입수!!! 3분 정도 보트를 잡고 스노쿨링에 적응을 하고, 안내자가 인도하는 대로 몸을 틀어 따라가자 이쪽 저쪽에서 상어들이 우리 주변으로 유유히 지나가기 시작했다.

팔을 움직이거나 허둥대면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에 그저 눈만 꿈뻑이며 상어를 구경했는데, 나와서 찍힌 사진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때때로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미친짓을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살면서, 도전을 가장한 미친 짓이 가끔은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하늘을 날겠다고 떠난 배낭여행도, 매 여행지/비행지에서 배가 아플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맛보는 현지 음식도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며, 아무도 모르는 맛있는 음식을 발견할 행운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신을 놓고 미쳐보자. ‘마치 이 구역의 미친х는 나야’ 가 모토인 것처럼. 누가 알겠는가? 그 미친 짓이 누구도 모르는 기쁨을,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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