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비행을 여행처럼 : 암스테르담(Amsterdam)
4월 여기저기에서 꽃이 만발해질 시기. 우리 회사에겐 1년에 한 번 게이트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시즌이라 비행이 많이 줄어들고, 덕분에 승무원들에겐 휴가를 받기 쉬운 시즌이 찾아온 것이다. 또한 몇몇의 비행의 경우 한시적으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쾌재의 행운이 일어나기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난 그 하나를 못 받았으니,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내년의 횡재를 기약해야 하는 것인가. 대신 이런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튤립축제로 유명한 네덜란드 비행이 2개가 연달아 나왔다. 비행은 바쁘기로 악명 높지만 마치 48시간 레이오버인 양 알차게 즐겨보기로 한다.
사실 하이네켄의 고장인 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시내에는 네덜란드 하면 딱 떠오르는 ‘홍등가’가 유명한 것이 무색할 만큼 각종 박물관 및 반 고흐 미술관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참 많다. 하지만 튤립이 무성하게 활짝 핀 이 시기에 24시간의 체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근교 여행을 떠나보기로 결정했다.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의 튤립 농원, 쾨켄호프. 네덜란드는 자전거부터 운하를 가로질러 운영하고 있는 배편에 이르기까지 대중교통 시스템이 꽤나 잘 되어있는 편이다. 시티패스(city pass)부터 트레블 패스(travel pass), 무제한 이용권, 주말 이용권 등 다양한 교통 할인 패스가 있어서 여행 계획에 따라 잘 이용만 한다면 꽤나 저렴하고 알차게 관광지 할인 혜택까지 보며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
쾨켄호프 정원은 보통 매년 튤립의 개화시기에 맞추어 60일 정도를 운영한다. (2019년의 경우, 3월 21일부터 개장하여 5월 19일까지 운영계획.) 덕분에 꽃이 피는 시기의 정원은 1년에 한 번 한시적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말인 즉,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출발하는 편이 티켓을 현장에서 구매하기에도 편리하고 사진을 찍기에도 편하다는 말을 의미한다. 물론 귀한 시간을 현장에서 티켓을 사는 것에 쏟지 않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티켓을 예약해 프린트해 가는 방법도 있다. 인터넷 구매에는 교통편 콤보도 있어 내가 출발할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27유로 정도면 교통편+정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쾨켄호프 정원 티켓에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고할 수 있다.
https://keukenhof.nl/en/buy-tickets
‘당일치기 정원 투어’라고 하면 어떤 이는 정원보는 데 무슨 하루를 할애하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꽤나 규모가 크며, 중간중간에 있는 미술관, 체험관 등은 당신의 발을 족히 반나절 이상 묶어두기에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정원 개장 기간 동안 정원에서는 날짜에 따라 각종 이벤트가 계획되어 열리고 있다. 아무 계획 없이 가서 우연히 특별한 이벤트를 만나는 것도 좋겠지만 쾨켄호프 공식 사이트를 통해 들어가서 이벤트 일정을 확인하고 보러 가는 것도 좋겠다. 더군다나 돌아오는 4월 13일엔 튤립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퍼레이드(parade)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13일이 네덜란드 여행이 계획되어있는 여행자라면 절대적으로 놓치기 아쉬울 여행 코스인 것이다.
정원 내 곳곳에는 감탄할 만한 포토존 또한 마련되어 있다. 날씨만 잘 협조해 준다면 그야말로 이 곳이 인생샷 맛집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원의 중간에 마련된 그럴싸한 포토존을 놓치지 않으려면 구석구석 빠짐없이 정원을 돌아보기를 권한다. 여행은 체력 아니겠는가.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보자. 또한 정원 내, 위에 보이는 풍차 근처 티켓 부스(ticket booth)에서 보트 투어(Boat tour) 티켓을 구매하면 꽃들에 둘러 쌓여 있는 작은 운하를 지나면서 예쁜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대중교통 관련 티켓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https://www.ns.nl/producten/en/losse-kaartjes-toeslagen
[Keukenhof Garden]
- 개장 일정 및 운영시간
2019.03.21 - 2019.05.19 (08:00-19:30)
- 위치 및 연락처
Stationsweg 166A, 2161 AM Lisse, Holland
홈페이지: https://keukenhof.nl/
2. 잔세스칸스(Zaanse schans)
공항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근교 도시 잔세스칸스.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를 물씬 느껴보고 싶다면 한 번쯤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네덜란드는 ‘낮은 땅’이라는 의미로 실제로도 국토의 25%가 바다보다 낮은 나라이다. 그 덕에 잦은 홍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제방과 풍차를 통해 물을 배수하고자 현재 약 9000여 개의 풍차가 네덜란드 전역에 설치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풍차의 명소인 잔세스칸스에 가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가 있으며 버스의 경우 중앙역에서 풍차 근처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지만 나는 공항에서 출발하므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로 다녀오는 왕복 비용은 약 12유로.
잔세스칸스 역에 내리면 기차역 바로 앞에 관광객 용 지도가 있으며 스쿠터나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있다. 시간이 촉박하거나 유명한 풍차 근처뿐 아니라 도시 내 샅샅이 둘러보고 싶다면 렌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풍차로 가는 길목에서는 사람이 많아 자전거 조차 타기 힘듦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조금 편하자고 빌린 자전거가 당신의 발을 묶거나 귀찮은 짐이 될 수 있다.
잔세스칸스는 도시 안에 마을이 하나 더 존재하는 느낌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파주 안에 헤이리 마을이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기차에서 내려 다리를 하나 건너면 초록 빛깔의 아기자기한 집들과 각종 박물관, 카페로 꾸며진 마을 초입 부분을 만날 수 있다. 위에 보이는 초입 부분에서 박물관 패스를 구매하면 대부분의 박물관, 체험관을 다 돌아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이 곳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Cheese Farm Catharina Hoeve, de Zaanse Schans, Bakery museum이라고 본다. 이 세 곳은 입장이 무료일 뿐 아니라 치즈 공장의 경우 무료 시식도 있어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준다.
<Wooden Shoe Workshop ‘de Zaanse Schans’>
네덜란드의 전통 나막신은 영어로는 clog(클로그), 네덜란드어로는 Klompen(클롬펜)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 게다’라고 불리는 나무 슬리퍼와는 다르게 네덜란드의 나막신은 발 전체를 감싸는 구두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신발은 본래 노동자들이 들판에서 일할 때 신던 신발이었다고 한다. 두꺼우면서도 무겁지 않은 탓에 노동자들의 발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낮은 땅 덕분에 진흙땅이 많은 네덜란드에서 신기 편한 실용적인 신발이기도 했다.
현재는 나막신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개인이 직접 칼로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뮤지엄의 나막신 워크숍에서는 나막신 제작 기계뿐 아니라 시간을 잘 맞추어 가면 20세기 초반의 방식으로 제작하는 클롬펜의 제작과정 또한 볼 수 있다. 통나무 두 조각을 한 켤레의 아름다운 나막신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10~15분에 걸쳐 보여주는데 자세한 시간을 찾을 수 없어 시연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홈페이지에 나온 이메일에 문의를 해 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Wooden Shoe Workshop the Zaanse Schans]
- 개장 일정
여름 (3월 ~ 10월) Daily: 08:00 - 18:00
겨울 (11월 ~ 2월) Daily: 08:00 - 17:00
크리스마스, Boxing Day: 09:00 - 15:00
1월 1일 설날: 09:00 - 15:00
- 위치 및 연락처
주소 : Wooden Shoe Workshop, Wooden Shoe Museum 'De Zaanse Schans', Kraaienest 4, 1509 AZ Zaandam, Holland
Email : info@clogs.nl
홈페이지: http://www.woodenshoes.nl
<Cheese Farm Catharina Hoeve>
개인적으로 무료입장 박물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 네덜란드는 2000년 전에 치즈를 만들었던 그릇이 발견될 정도로 치즈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이다. 그중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에담(Edam)과 고다(Gouda) 치즈. 잔세스칸스에 위치하고 있는 Henri willing 치즈 농장은 오래되고 유명한 치즈 브랜드 중에 하나이며, 1974년부터 약 40년째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만드는 방법에 대한 전시, 포토존 등을 구경할 수 있으며, 안 쪽으로 이어지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다양한 맛이 가미된 고다치즈들을 시식, 구매해 볼 수 있다.
시식 테이블을 둘러서 꽤 많은 종류의 치즈가 나와있지만, 혹시나 테이블 위에 없는 치즈의 맛이 궁금하다면 주저 말고 점원에게 물어보자. 대부분의 경우 점원이 그 즉석에서 잘라 맛보게 해 준다. 또한 여담으로 네덜란드 여행을 기념할만한 마그넷의 경우, 물론 관광지에서 벗어난 시티 쪽이 싸겠지만, 이 곳에 위치한 다른 가게에서 보통 한 개당 3=4유로인 반면 치즈공장에서는 1.95로 살짝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나처럼 시내 외곽까지 들를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구매욕을 마구 부르는 장소 덕에 난 이곳에서 트러플 맛 고다 치즈, 트러플 치즈 스프레드(Spread), 치즈 나이프, 마그넷 등을 샀다. 누구라도 진정한 호갱으로 순식간에 만들 수 있는 곳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이 곳에서 파는 치즈는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너무 무거운 짐이 부담되는 사람이거나 시식을 하고서 그 맛을 못 잊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자.
[Cheese Farm Catharina Hoeve]
- 개장 일정 : Daily 08:00 - 18:00
- 위치 및 연락처
주소 : Catharina Hoeve cheese farm, Zeilenmakerspad 5, 1509 BZ ZAANDAM
E-mail : catharina@cheesefarms.com
홈페이지 : https://henriwillig.com/
<Bakery Museum>
네덜란드에서 유명한 먹거리는 와플(Wafel). 그중에서도 스투룹와플(Stroopwafel)은 그야말로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먹거리 중 하나이다. 이 박물관에서는 각종 과자류와 스투룹와플, 제빵 관련 기구들을 판매하고 있다. 직접 보는 앞에서 만들어주는 와플 맛은 그야말로 최고!! 더불어 와플을 먹는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거실이라고 불리는 장소 또한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꾸며져 있어 인생 샷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Bakery Museum]
-개장 일정 : Daily 09:00 - 17:00
-위치 및 연락처
주소 : Zeilenmakerspad 4, 1509 BZ Zaandam, Netherlands
e-mail : indegecroondeduyvekater@gmail.com
어느 곳을 찍던 화보처럼 나오는 잔세스칸스. 누가 그랬니?? 잔세스칸스는 풍차 빼곤 밭이라 볼 거 없다고?? 볼 거 아~~~ 주 많은 곳이다!!! 참, 덧붙여 시간이 좀 여유 있는 사람이라면 잔세스칸스 가는 길에 지나가는 ‘잔담(Zaandam)’이라는 마을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도시산업 계획 덕택에 레고 마을이라고 알려지며 유명해지고 있는 도시이다. 늘 선미의 노래처럼 ‘24시간이 모자라’ 느낌으로 레이오버 여행을 즐기는 난 다음에 가야지.. 또르르..
짧은 24시간 레이오버로 두 번의 암스테르담 근교 여행. 비행은 헬이었지만, 좋은 날씨 덕에 활짝 핀 예쁜 꽃들도 보고 오래간만에 여행 같은 비행을 제대로 하고 돌아가는 기분이다.
* 이밖에도 여기에 소개되지 않은 잔세스칸스 내에 위치한 다른 박물관, 전시관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www.dezaanseschans.nl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