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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Mar 14. 2019

07. 시간이 없어!!

결국 난 내가 갖기로 한 1년의 휴식을 꿈을 위해 쏟아보기로 했다. 1년간 각 항공사 당 공채는 2-3번, 솔직히 대형 항공사부터 저가 항공까지 기회는 많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직업으로 많은 이들에게 선망받는 승무원이기에 경쟁률을 생각하면 합격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면접장에서 흔히 말하는 ‘병풍’이 되기 십상이다. 내가 현재 가짐 스펙과 현실을 생각했다. 국내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게 결론이다. 나이와 경력 변경에 대해 보다 관대하게 생각하는 외항사가 어쩌면 더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6개월은 국내 항공, 남은 6개월은 외항사를 지원해보기로 다짐했다. 한국 항공사를 지원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상/중반기 공채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은 꽤 많았다. 최대치의 스펙을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보통 남들이 가져가는 만큼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6개월 이내에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것들>

-내가 본 적이 있는지도 모를 만큼 잊혔던 토익.

: 목표는 800점!!

-가산점이 있다는 토익 스피킹.

-제2외국어 : 중국어 4급 이상

-메이크업, 헤어 연습

-스마일(경련 방지) 및 인터뷰 연습(내 생각 정리)

-운동 및 걸음걸이 연습

-수영 배우기

-항공사에 맞는 증명사진 찍기


하루도 낭비할 수가 없었기에 집 앞 헬스장과 수영장을 등록하고, 토익학원을 알아보았다. 좋은 학원도 중요했지만 나에게는 시간의 최대치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면접스터디도 많고, 학원도 많이 분포된 신촌을 택했다. 그렇게 짜인 나의 첫 일과는 이러했다.


토익공부 - 기본반 수업 - 면접스터디 - 도서관 - 수영(월, 수) / 헬스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집에서 알람을 맞추지 않고 자고 일어나는 것이 당분간의 일상일 줄 알았던 나의 일과는 훨씬 바빠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문득문득 남들 일할 벌건 대낮에 건물 안이 아닌 밖에서 이동을 하고 있노라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1년에 은행을 2번 정도(여름방학/겨울방학)만 갈 수 있던 내가 이 시간에 밖에 나와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랜만에 맞는 따뜻한 낮의 햇살도, 짜여진 일정이 아닌 내가 짜는 하루 일과에 의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했다.


계획은 세웠지만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째, 오랜만에 하는 토익공부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사실 이제까지 딱히 토익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기에 영어가 좋아서 공부를 해본 적은 있지만 딱히 고득점을 노려보겠다고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은 없었다. 기초를 튼튼히 할 요량으로 기본반을 등록했다. 강남에서 쓰이는 빨강이 파랑이 교재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이런저런 검색 후에 신촌의 대형 학원 중 하나에서 청강을 한 후,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첫 시간에 강사님은 ‘처음엔 내 신발 사이즈가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혹시나 보고 싶은 사람들은 돌아오는 토익 시험을 신청하되, 너무 충격받지는 말라고 했다. 내 현주소가 알고 싶어 무턱대고 등록했다. 다행히도 신발 사이즈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정도로 올려야 할 점수가 많은가 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갈 길이 생각보다 멀었다.    


둘째, 나와 잘 맞으면서 잘 운영되고 있는 면접스터디를 찾기가 힘들다. 면접스터디는 지원자들이 시간을 정해 모여서 서로의 면접을 봐주는 형태로 보통 진행된다. 그 와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생기면 채용정보를 공유하거나 증명사진 잘 찍어주는 곳 등에 관련된 정보를 나누고 같이 가서 면접 의상을 서로 골라주기도 한다. 보통 오전에 진행되는 면접스터디의 경우, 시간이 유동적인 사람이 많이 모이는 편이다. 그 안에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정보력 갑’ 지원자부터 늘 아르바이트다 아프다는 핑계로 공채 직전에만 반짝 나오는 유령회원까지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속해 있다. 특히, 유령회원이 많은 경우 불참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너무 소수의 인원으로는 진행하기 어렵겠다는 나도 모르는 ‘꾀부림’이 마음에서 나오게 된다. 그렇게 흐지부지 해지는 일이 많아지면, 잘 모이지 않게 되고 모임 자체가 없어지기도 일쑤였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스터디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참석률이 높은 지원자들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 카페나 영어학원에 붙은 스터디 공고들을 보고 카톡으로 연락해 직접 참여를 해서 찾는 수밖에 없었다.




  




* 병풍 : 면접장에서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받지 못하고 서서 있다가 오는 경우를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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