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하다 보면 사진을 찍어 간직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점프싯(Jump seat) 건너편에서 잠든 아가의 입술을 검지 손으로 만져보며 금방이라도 사랑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릴듯한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던 승객. 이내 혹여 아기가 깨어날까 조심스레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찰나의 순간.
한 평생을 모아 돌아가는 고국행 비행기에서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낯설어 막상 밥 먹는 것도 마다하던 할머님 승객. 랜딩 후, 날 고국에 데려다 주어 너무 감사하다고 감격에 벅차 악수를 청하던 손.
눈빛에 별을 가득 담은 아기천사의 모습으로 내가 입은 유니폼을 보며 새롭게 꿈을 꾸기 시작한 어린이 승객의 눈망울......
보통 이런 순간들은 나에게 있어서, 찍어두고 간직할 수 없다는 아쉬움에 긴박해지던 순간이었다. 붙잡기도 어색할 만큼 순식간인 그 찰나의 순간들.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한참을 바라본다. 이내 눈을 깊게 한 번 깜빡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저장 완료!
*점프싯(Jump seat) : 승무원이 앉는 출구 앞 좌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