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ubless Jun 06. 2019

파리, 이름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만나서 대화만 해도 유쾌해지는 사람이 있다. 간단한 말주변 만으로도 그 공간의 공기를, 상대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Miss lunch’라는 프랑스 가정식 식당에서 만난 그녀 또한 그중 한 사람이다. 한국의 실고추를 사랑한다는 그녀는 요리를 하는 내내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그렇다. ‘이야기한다’라기보다는 ‘조잘거렸다’라는 표현이 그녀 특유의 발랄했던 음색과 어울린다. 마치 귀여운 새들이 지저귀는 것처럼 말이다. 30살이 될 나에게 선물처럼 선사했던 유럽여행이 끝난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유독 유쾌했던 그녀 덕분에 나는 그 날의 파리를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프랑스 여행을 가기 전, 파리(Paris)는 내게 있어 그저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 버텨 날 것만 같은 로맨틱한 이미지의 도시였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였을까? 어딜 가나 자유로운 흡연 덕에 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길을 물어도 친절하게 답하는 사람 한 명을 찾기 어려웠다. 다들 손을 절레절레 흔들고 가거나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파리에 대한 내 로망이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기분전환도 할 겸 제대로 된 프랑스 가정식 한 끼를 먹어보고 싶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사진을 부탁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국인 남자에게 같이 가정식을 먹으러 갈 것인지 물었다. 그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도착한 ‘Miss Lunch’는 자칫하면 놓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테이블 또한 몇 개 되지 않았고, 오픈 키친 앞에 다닥다닥 붙어져 있어 흡사 요리쇼를 위한 식당과 같은 구조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터였다.


식당에 들어가자 너무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처음이었다. 극도로 환영받는 느낌을 느낀 것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양해를 구하고, 요리하는 모습도 구경할 요량으로 주방 바로 앞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대하듯, 서먹하게 앉아 주방을 응시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녀의 유쾌함에 빠져든 것이.


그녀는 자신이 책도 집필했으며, 요리 수업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귀여운 조잘거림에 정점을 찍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누구든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나처럼 크림 하나도 예술로 바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그곳에는 눈을 찡긋거리며 귀여운 자랑을 발랄한 억양으로 내뱉는 그녀의 재치 덕에 웃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있었다. 경쾌하게 부딪히는 와인잔 소리 그리고 거기에 가미된 각 테이블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음식에 대한 찬사.

2가지 코스 메뉴의 디저트.

그 분위기가 나로 하여금 파리를 사랑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순간, 내가 그간 느꼈던 것이 무엇이건 이게 진짜 프랑스인 것 같았다. 그때 느꼈다. 앞으로도 나에겐 이 생생한 장면이 파리일 것 같았고 , 영원히 사랑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이라는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