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가 통과된 후, 어느덧 면접날이 다가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오후 2시:30분 7조였던 것 같다. 강당 같은 곳에서 안내해주시는 분을 따라 안 쪽의 면접실로 들어갔다. 긴 복도가 있는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구조였다. 각각의 문 앞에는 두 그룹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 바로 그룹이 들어갔다. 그다음이 우리 차례라고 생각하니, 괜히 긴장이 되어 손에 땀이 나고 배가 아픈 것도 같았다. 떨리는 마음에 거울을 보고 또 보며 매무새를 점검하고 그간 준비했던 답변들을 되새겨 본다. 앞에 들어갔던 조가 나왔다. 우리 조 차례이다. 안내받은 동선대로 걸어가 일렬을 맞추어 면접관 앞에 섰다. 관심법이라도 할 것처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면접관은 모두 자기소개를 해 보라고 했다. 저 멀리에서부터 자신의 스펙과 강점이 빼곡하게 담긴 자기소개가 이어질수록 내 심장은 더 크게 쿵닥거리는 것 같았다.
‘기본 3개 국어에, 해외 거주자에.... 지원자들이 이렇게 다들 스펙이 좋았던가?’
나 또한 최근 열심히 배웠던 중국어를 섞어서 자기소개를 했다.
내가 내 다리로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를 만큼 떨려하는 우리들을 차분히 바라보며 면접관은 면접 질문들을 이어갔다.
당신을 색깔에 비유해 보세요.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이고 이유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비행기에 타서 번호를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요?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특별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까 그렇다면, 어떤 서비스?
자존감과 자신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면접실 안에서 공기는 영원히 이 면접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면접 질의와 응답이 하나씩 진행될수록 답변을 하는 순간은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고, 면접실에서 나올 때는 내가 무슨 말들을 하고 나온 거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