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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Aug 05. 2019

참 잘 찍었다.


  뜨거운 볕 아래 말라가는 빨래. 갓 널어둔 빨래들 사이로 여름 날씨를 닮은 포근한 기운의 바람이 스며든다. 불어온 바람결에 실려 온 비누 향기, 그 주변으로 주인의 애정이 담겨 잘 가꿔진 듯한 초록 초록한 식물들이 보인다. 그리고 한켠엔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로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빠알간 우체통까지...


베네치아 어느 골목을 지나던 길. 낡은 건물들의 색감과 어우러진 일상의 풍경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누가 봐도 입을 딱 벌릴만한 화려한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따뜻한 느낌의 찰나가 그곳에 있었다. 어느 로맨틱 영화에서 나왔던 주인공의 아름다운 재회-엔딩씬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었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느낌이었달까? 이름 모를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찰나가 그저 아름다웠다. 셔터를 눌렀다.


생각해보면 내가 찍어두고 ‘참 잘 찍었다’라고 느끼는 사진은 일상 속에 그들의 삶이 녹아져 있는 순간들이었다. 사실 당사자에겐 매일 반복되는 삶 중에 하루에 불과했겠지만 시간이라는 묘약은 곳곳에 잘 스며들어 어느 누군가가 보았을 때,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할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바로 오늘처럼.


(26.07.18 Ve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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