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ubless Jan 06. 2020

당신은 어떤 작품입니까?

  나는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 덕분에 세계 여러 나라로 비행하면서 짧은 24시간 체류 중에 꼭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바로 슈퍼 그리고 미술관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미술사나 세계 역사에 딱히 밝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미술관을 가서 작품 보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면 낙이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나는 아는 게 없어서 그림 보는 게 별로 재미가 없더라.” 사실 나는 이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반 이상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림을 보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애초에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은 ‘이 그림이 무엇인지 맞춰보세요’라는 마음으로 퀴즈를 낸 것은 아닐 것이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간혹 우리가 아는 거장들의 작품들을 볼 때, 왜 그가 이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으며 어떤 색을 주로 좋아했는지, 그린 이의 가정환경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때도 있다. 마치 조선왕조실록 야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쨌건 오늘은 LA비행을 와서 미술관, the board를 둘러보았다. 선과 점의 향연이 이번 전시의 테마인 듯했다. 어찌 보면 그냥 낙서처럼 보일 법한 이 그림이 미국 LA 유명 미술관에서 대단한 가치로 여겨지고 걸려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미술관에 걸린 그림과 사람의 인연은 같을지도 모르겠다고.


내가 도화지에 그려나간 선 하나와 그 안에 내가 담아낸 마음은 누가 어떻게 읽어 주느냐에 따라 모 아니면 도의 길을 걷게 된다. 대단한 그림으로 유명 갤러리에 걸리거나 혹은 낙서로 치부되어 버려지거나... 사람도 같다.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어느 누군가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홀대하기도 한다.

이는 간혹 당신은 대체 어느 별에서 왔을까 싶었던 , 내겐 그저 나쁜 X인 그 사람이 누군가의 곁에서는 한없이 좋은 사람인 경우를 봐서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생각인 것 같다. 이래서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하는 걸까? 그림과 그림을 발견하는 사람과의 인연이 있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서로의 가치를 잘 알아주는 꼭 맞는 천생연분은 있을 것 같다. 나를, 그리고 그를, 서로를 특별한 가치로 봐줄 인연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라는 도화지에 흔적을 남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 잘 찍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