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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Apr 26. 2021

03-4. 비행 말고 여행 : 볼리비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티티카카 호수 근처의 섬 + 버스로 국경 넘기!

  늘 시간을 돈으로 사던 우리는, 장거리 여행인 탓에 다시 와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번 여행을 두고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이번만큼은 시간을 여유롭게 즐겨보기로 했다. 볼리비아 홉을 이용해 페루-쿠스코에서 볼리비아로 떠났다. 남미의 경우,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일정에 정확하지 않은 것도 많아 버스 정거장에 가서 직접 시간을 확인하고 표를 끊는 편이 낫다. 버스 종류 또한 여러 가지이나, 일반 버스는 가격이 훨씬 저렴한 대신 내 가방 사수를 목숨 걸고 잘해야 한다고 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길 대신 비교적 안전하다는 볼리비아 홉을 타기로 했다. 사실 남미는 어딜 가서 무얼 하든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마음의 작은 여유라도 얻고 싶었던 우리의 그저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이었다.


 중간에 들러야 할 곳은 푸노섬 그리고 코파카바나. 예상 일정대로라면 각각의 정차 장소에서 하루씩 지내는 것이었으나 쿠스코에서 하루를 더 묵었던 우리는 59달러짜리 볼리비아 홉에서 제공하는 10달러를 추가로 내어 중간에 짧은 관광을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여기서 팁(Tip)이라고 한다면, 목적지에 따라 짧게는 8시간에서 길게는 이틀 꼬박 타기도 하는 버스여행에도 가격에 따라 버스 종류에 따른 엄연한 차이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세미 카사(Semi-casa). 이 타입의 버스는 1층 혹은 전층이 뒤로 젖혀지는 미니 소파의 형태로 좀 더 누워갈 수 있도록 디자인이 되어있다. 물론 세미 카사 형태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며, 그마저도 볼리비아 국경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만 운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거진 하루를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는 세미 카사 좌석이 너무 절실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다?! 스피드!!!! 따로 줄 서는 장소도 없는 버스정거장에서 눈치 게임을 잘해야 앉을 수 있다.


https://www.boliviahop.com


* 푸노의 우로스 섬(Puno, Uros Island)

 우리가 타게 된 버스는 소파석이 단 8자리였고, 버스가 들어오자마자 배낭을 내팽개치듯 맡긴 우리는 달려가 그중 2인이 될 수 있었다. 버스로 국경을 넘어가는 긴 여정을 대비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감사함을 만끽하고자 새벽 일찍부터 서둘렀던 우리는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첫 정거장인 푸노의 우로스 섬에 도착하게 되었다.


푸노(Puno)는 페루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푸노 주의 주도이다. 푸노 시는 티티카카 호에 위치하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는 세계에서 선박 운항이 가능한 호수 중 해발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티카카 호 근처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우로스 섬(Uros Island)이 나온다. 이곳은 원주민인 우로족이 지푸라기(뚜또르: Tutor)를 엮어 호수에 만든 인공섬이다. 현재에는 약 30여 개가 남아있다고 한다. 우로족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이러한 방식을 택해 살게 되어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이야기는 스페인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의 침략으로부터 벗어나 호수 근처로 숨어들었고, 지푸라기로 배를 만들어 낚시를 하여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러다 차츰 인구가 늘어갔고, 잉카가 스페인에게 점령될 무렵 육상 생활을 포기하고 아예 섬을 만들어 생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 가정하면, 전시 상황에 따라 섬의 위치를 옮겨가며 살 수 있기에 그들에겐 나름의 생존 방식이 녹아든 거주의 형태였던 것 같다.


(우로스 섬에 관한 자료 참고 : google, wikipedia)

(우) 우로족 언니의 우로스 섬 설명 / (좌) 우로족의 교통수단 ‘아루바’

우로스 섬의 지프라기는 약 1-1.5m 두께로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물에 띄웠고 토토라가 썩어 없어지면 계속 새로운 토토라를 엮어 쌓아 올려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주로 호수의 물고기를 잡거나 썩은 지프라기가 만들어낸 토양에 감자 농사를 짓는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에는 관광지로도 많이 알려져 ‘아루바’라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외지인에게 일정한 삶을 개방하여 관광수입도 얻고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도 그 관광 수입을 올려준 2인이라는 사실.


지푸라기 섬이라고 해서 황량하게 둥둥 떠 있는 지푸라기를 상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래 봬도 있을 건 다 있는 화개장터 같은 곳이다. 각 섬에는 우로족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과 더불어 방어용 망루, 학교와 유치원, 박물관(전시관), 기념품 판매소 등이 지어져 있다. 게다가 지푸라기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도 섬 곳곳에 있어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우로스 섬을 둘러보다 보면 출입국 관리소처럼 도장하나 놓인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간혹 관광객들 중에서는 이를 여권에 찍어 공항에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주 투어 스탬프의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나의 경우엔, 만료된 여권이 있어서 남은 종이에 기념 삼아 찍었지만 아직 만료되지 않은 여권에 찍어야겠다고 결심할 땐,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기념품 판매소

이 곳에서 관광일정은 대략 이러했다. 10달러에 이 정도 구경이면 나름 알차고 볼거리 많은 구성이라고 본다.

- 도착하자마자 우로스 섬에 얽힌 이야기와 우로스 원주민들 소개
- 자유시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원주민 분들이 친절하게 구경시켜주다가 집으로 데려간다^^ 집 구경이 끝나면 예쁜 수제 기념품을 구경시켜준다.)
- 아루바를 타고 티티카카 호수 구경
- 원주민들의 노래 공연
망루에서 본 우로스 섬 전경

말 그대로 ‘Hop’하고, 버스 스케줄만 잘 보고 타면 되는 방식이기에 인스타에 한참 자주 등장했던 창문만 열면 라마가 떼로 몰려 지나다니는 유명 숙소에 묵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쿠스코를 선택했기에 주어진 관광시간만 채우고 버스정거장 근처 카페 겸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다시 코파카바나로 향했다. 이밖에도 페루의 푸노에서는 우로스를 포함해 따낄레, 아만따니섬 등에 접근할 수 있고, 건너편 볼리비아의 코파카바나에서는 태양의 섬과 달의 섬이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하니 시간이 여유롭다면 티티카카 호수를 따라 섬 관광을 해보는 편도 좋을 것 같다.



*코파카바나(Copacabana)

국경을 코 앞에 두고 들렀던, 아니 들러야만 하는 추천 장소 - 티티카카 호수 남쪽 기슭에 위치한 코파카바나. 작은 섬처럼 보이지만 해발 3,841m에 위치하고 있어 남미 여행해서는 늘 말하지만 말을 타지 않는 한 늘 천천히 걸어 다닐 것을 추천한다. 아기자기한 주황색 집들과 그 벽을 장식하고 있는 벽화를 두리번두리번 구경하다 보면 나름 산의 정상과 같은 뷰포인트에 도착하게 된다. 하늘과 바다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파아란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보고 있는 눈도 마음도 덩달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코파카바나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국경을 넘어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세미 까사 버스에서 내린 우린 버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작은 사무실 앞으로 줄을 서서 나눠주는 입국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페루 국경에 있는 상징에서 사진을 찰칵!! 우리의 페루 여행을 뒤로하고 나아가는 시점에서 ‘다시 이 땅을 밟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찰나에 스치며 이유 없는 아쉬움과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 대한 설렘을 발걸음에 담아 국경을 힘차게 넘었다. 볼리비아 국경을 통과해 조금 걷자 작은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누워왔던 널찍한 까사 버스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듯하다.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국경.




다음 편은 드디어 볼리비아 이야기!!!^^*

여행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국에 못다 끝낸 페루-볼리비아 여행기를 열심히 끄적여보려고 합니다.

사진으로나마 함께 여행하며 이 여행기가 완성될 즈음이면 답답해진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가시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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