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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Nov 24. 2022

단 한 사람이면 족하다.


 누군가가 말했다. 참 매력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다른 이가 이제껏 알아보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근데 자신은 알아보았다고…


주변 친구들이나 언니들에겐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남자에게서 듣는 알아보았다는 말은 생각보다 무게가 실린듯한 칭찬처럼 느껴졌다.


난 당연히 모든 것을 내가 예측할 수 없음에 대해 알면서도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 이따금씩 불안함으로 느껴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날 알아보았다는 그는 늘 시시각각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하루 종일 씨름을 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받는 사람이었다.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런 그가 존경스러웠다. 어떤 일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 든든했다.어느 날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은 피드백을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받는 날도 무수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색을 크게 하진 않았지만 마음이 찡했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나라도 더 많이 당신이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표현하고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당사자는 이미 굳은살이 생겼다는 듯 그의 언어로 덤덤하게 표현했지만 내가 충분히 마음을 부어주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혹시나 받을 상처가 충분히 상쇄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안타깝게도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진 못했던 것 같다. 나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의 언어를 눈에 보이도록하여 머리가 인식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시키는 작업이 한동안 이어졌다.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행동하는 데까지 많은 이유들을 가지고 생각과 마음을 담는 편이다. 그렇기에 말과 글에서도 느껴지겠지만 한 단어로 명료하게 일축하기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이유와 생각이 다 포함되지 못한 것 같아서... 생각을 곱씹다보니 일, 공부, 일상, 결정 등 전반적인 부분들은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대신 결정하고 난 뒤에는 누가 뭐라든 뒤돌아보지 않고 직진한다. 결코 내가 고민한 시간이 헛되게 만들지는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차분히 앉아 내 생각의 흐름을, 마음을 잘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행동과 말에 담는 많은 이유들을 알지 못한 채 마음이 벌이는 일에 따라가기 바쁠 때가 있다. 가슴이 앞서고 머리가 뒤쫓아가는 동안 나는 ‘내가 왜 이러지’라는 감정에 휩싸이거나 말릴 새도 없이 마음 주도의 섣부른 저지름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잘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정신 차리자. 생각을 해.’라고 머리와 가슴을 윽박지르려고 노력한다. 내가 종종 멍하니 걸으며 사색을 하거나 일기를 끄적이는 이유이다. 중간중간 머리가 개입해 정리하지 않으면 나의 마음의 방향과 의도를 잃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밀당을 하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이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이 순간과 같은 기분과 마음이 아닐 것이기에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을지언정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없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기에 나는 상대에 대한 감정은 늘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그때그때 표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한 마음이나 이유, 상대를 배려하고 있는 부분, 혹은 내가 겪는 속앓이에 관해서는 꺼내기 힘들어하는 편이다. 앞서 말한 내가 더 열심히 표현하고 아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에 관한 이야기도 내 맘 속 장독에 들어있는 것 중 하나이다. 굳이 공치사하지 않아도 나를 찬찬히 애정을 갖고 들여다본다면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애써 보이려 하거나 드러내진 않는다. 처음부터 알아달라고 부었던 내 마음은 아니었으니까.


날 알아보았다던 그는 내 마음 장독대를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들여다보았을까?? 그의 장독 안에는 내가 모르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는걸까? 서로의 장독을 들여다 볼 새도 없이 혼자서 곱씹는 작업이 길어지면서 그 날의 그의 말과 행동이 이따금씩 떠오른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만 같던 그 날의 실망감은 그를 향한 믿음 위에 별별 생각들이 덮어 씌워졌다 지웠졌다를 반복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어떤 날에는 지극히도 가벼운 칭찬이었던 그 말에 내가 괜한 무게를 부여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괜한 생각도 해본다.


진중한, 의지할 수 있을만한, 든든한,

신뢰할 수 있는, 생각이 깊은, 존경할만한,

‘나’라는 사람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  잘 못 알아본걸까.. 좀 더 믿어보고 싶다..

나의 마음이 알아서 소진되기만을 기다리는 최악의 사람은 아닐 것이라 믿기에... 내가 조금 더 힘을 내어 볼 수 있도록... 손을 조금만 뻗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대단한 착각이 아니었길 바라며..


한 사람이면 족하다. 서로를 들여다보려고 고개를 빼어 찬찬히 시간을 기꺼이 사용하고 싶어지는, 그리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


‘인연’이라는 말로 묶이지 않은 남들은 모를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단점마저도 ‘나만 아는 너라서’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수한 장점 가운데 단점만 튀어나온 듯 보여 걸리적거리는 모난 사람보다는 단점 가운데에서도 내가 가진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이길 바라본다.


한 사람이면 족하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당신은 들여다볼수록 참 어여쁘다”라고 느낄 수 있는, 날 진정으로 알아봐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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