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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씨 Aug 23. 2022

10번 만나고 결혼 해? 마?



10번도 안 만난 남자 친구가 결혼을 서둘러요.

왜 그럴까요?

전 급한 거 싫은데......

(참고 남녀 모두 서른 후반)


FROM 파우더룸




어쩌다 게시글 하나를 클릭했는데, 댓글이 100개가 넘었다.

댓글을 살펴보는데, 진짜 100명의 각기 다른 의견이 있었다.

분류해 보면 긍정, 부정, 중립으로 나뉘겠지만



먼저, 긍정적인 답변이다.


- 님이 좋은 분이라서 서두르고 싶은 거 아닐까요?

- 아, 부러워요. 저도 운명의 남자를 만나 후다닥 결혼하고 싶어요.

- 전 3번 만나고 결혼했는데 잘 살아요.


뭐, 이런 느낌이다.


아마도 연령대가 어린 친구들이거나

유사한 성공 사례를 가진 친구들의 의견이다

 




블라인드 캡처


반면, 부정적인 답변은 이랬다.


결혼은 '함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데,

급하고 싶지 않은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계속 푸시한다면

그건 배려가 없는 거고,

그런 경우라면 절대 결혼을 고려하면 안 된다는 의견부터 결혼의 무게를 고려하지 못한 섣부른 발언이다, 또

 지인의 사례를 통한 극단적인 예 - 성범죄자인데 여자 친구에게 신혼 대출을 핑계로 혼인신고 서둘렀는데, 알고 보니 재판부에 선처 구하는 용도로 혼인 신고서 제출하기 위해서 // 결혼 1년 후 남편 사업 악화로 부도 // 결혼할 거처럼 안심시키고, 경제적 이득 등을 취한 경우 -가 나열돼 있었다.


(진짜 어매이징ㅋㅋ  근데

읽다보면 진짜 시간이  순삭 ㅋㅋㅋ)


물론 중립 의견도 있었다.

-결혼이란 중대사를 절대 시간에 쫓겨 선택하지 말 것

-적어도 1년 사계절을 만나 볼 것

-재산상태, 부모님, 친구 등 알아야 할 것들을 정직하게 공개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꼭 거칠 것

.......




한때 책을 많이 읽으면 - 폭넓은 관점을 획득하여 - 내가 현명에 가까운 결정을 내릴 거라고 믿은 적이 있다.

그래서 소설보단 자서전을 더 선호했는데...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경과 고난을 파도를 넘나들다 해피엔딩에 도달한 저자의 이야기가 갖는 특수성, 희귀성을 보편의 가치로 착각하는 건, 상식의 기준을 높이고, 그 높아진 기준을 현실에 대입하면,

  그  결과는 안타깝게도  낙담, 실망으로 이어졌으니까.





뭐 이런 식이다.

노브랜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거의 다 먹어 갈 무렵, 진짜 한 입 정도 남았을 무렵, 머리카락이 나왔다.

바로 매대로 갔다.

그리고 직원에게 그 버거를 보여줬다.

근데 점원의 첫마디가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다 먹으셨네요."였다.

'엥 내가 블랙컨슈머 취급받는 건가' 기분이 나빴지만 "제가 지금 머리카락을 고의로 넣었다는 건가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비위가 약한 편이라 속이 좀 불편했고,  고작 버거 때문에 서로 기분 상할 말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하필 그날 이런 내용의 책을 읽었다.

손님이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클레임을 걸었다.

사장님은 CCTV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고객의 말만 믿고 사과로 응대했다.

며칠 후 그 손님은 본인의 실수를 스스로 깨달았고, 사장님의 배려에 감동, 단골이 되었다는 훈훈한 엔딩의 이야기였다.  



점원은 확인해 보겠다고 했고, 확인 끝엔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물론 첫 응대의 여파는 커서 진정성이 느껴지진 않았다.


다시 결혼을 재촉하는 남자 친구의 얘기로 돌아가 보면, 확률의 게임이지 않을까 싶다.



-진짜 운명의 사람이고, 놓치고 싶지 않다는 확신을 얻었다

-MR. RIGHT이 아니라 결혼이 목표인 사람이다

-여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지 진짜 결혼 생각은 없다

-하자가 있어서 하자가 들통나기 전에 목표 달성을 해야 한다


...




세상에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 문제의 답은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내릴 수 없다.

그래도 고민을 혼자 끌어안지 않고

고민을 글로 적

100개의 의견을 찬찬히 읽으면

......

적어도 혼자 답을 구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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