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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씨 Jan 16. 2019

그날의 코코넛커피

'자꾸 떠나고 싶은' 여행의 미스터리





솔직하게 말하면, 그날 하노이의 온도는 가마솥 그 자체였다. 나는 그 폭염 속을 걷고, 또 걷느라 지쳐있었다. 거기다 웃음으로 치장한 상술을 친절로 오해하는 바람에 현지인과 작은 언쟁까지 겪어야 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 모두 피로했다. 휴식이 절실했다. 꽤 유명한 베트남의 프랜차이즈 커피집에 들어섰다. 

시원함을 기대했는데, 그 기대는 머지않아 와르르 무너졌다. 시원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머지않아 사라졌다. 텁텁한 열기를 머금고 있는 실내에서 좀처럼 가시지 않는 더위를 느끼며 그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코코넛 커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렸다. 그 와중에 시원함으로 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선풍기의 ‘덜덜덜’ 거리는 소리는 나의 피로감을 한층 가중시켰다. 힘들다는 말을 건넬 이가 옆에 없어설까. 좀처럼 재충전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 때, 이 코코넛 커피가 도착했다. 

동남아의 낯선 음료를 앞에 두고, 처음이라는 경계감이 작동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마셨다. 다행히 안심 되는 맛이었다. 시원한 생수 생각이 간절했지만 생수 대신 이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렇게 그 날의 더위와 짜증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더해졌다. 아보카도 주스를 한 잔 더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안은 더웠고, 선풍기 소리도 요란했고 나의 갈증도 여전했다.



오랜 만에 꺼내 본 그 날 사진, 나 혼자 말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노이의 그 커피를 마시고 싶어진다.

그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 다시 가고 싶다. 그렇게 안 좋았던 시간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련한 것이 된다. 그리운 무엇이 된다.


여행엔 지극히 평범한 상식과 이성적인 판단으로 통하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2016년 하노이 여행을 추억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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