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 애니 모리스, 스택 8
비선형적인 삶_
작품을 보고 눈에 들어온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컬러, 하나는 균형이다.
색깔도 다양하고 크기도 다른 구형이 뒤섞어서 쌓아 두었다. 맨 밑의 구(球)는 바로 위의 것보다 작아서 더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하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제일 위에 놓여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원이 쌓여있는 모습이 위태로우면서도 그만의 멋이 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쌓아 올린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끼어든 것들로 세우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되지 않았을까? 통일성은 없지만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그것대로 균형을 잡고 있어 괜찮아 보였다.
삐뚤빼뚤 놓인 모양이 '나의 일주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내 앞에 놓인 일들을 해치우고, 정신없이 주말까지 달려와 뒤를 돌아봤을 때, 그것을 형상과 한다면 이런 모양이 아닐까. 계획한 대로 우아하게 맞춰진 하루가 아니라, 그때의 상황에 맞춰서 시급한 일들을 처리하며 일주일을 달려온 이번주의 일들이 떠올랐다. 프로젝트의 마감이 다가올수록 예측하지 못한 업무가 생기고, 어떤 날은 밤을 넘기고 새벽에 퇴근하고, 다음날에도 커피로 잠을 깨우며 보냈다. 들쭉날쭉한 출퇴근 시간만큼 예측할 수 없는 주간이었다.
어디 일주일만 그럴까. 한 달, 일 년도 이와 비슷하다. 일상은 이렇게 비선형적이다.
예측할 수 없고, 계획은 했으나 계획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올해 내가 이걸 하게 될 줄이야~' 거의 매년 반복해서 하는 말 중에 하나다. 작년과 비슷한 일상 같으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쌓는다.
제 각각인 원들을 흔들리지 않게 쌓아 올리는 일을 매주 반복하며 산다. 일상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모양과 색깔이 다른 것들을 마주하면서. 오늘은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 고를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잘 살피면서 매일이란 시간을 벽돌처럼 쌓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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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
어릴 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삶은 똑바로 곧게 올렸으면 좋겠는데 뭔가 비뚤어지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내가 정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그 사람과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험에 함격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아서 괴로워하며 고민하는 시간도 많았다.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바라는 것보다 바라지 않는 일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게 세상이었다.
다행히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렸다.
어느 때고 돌파구가 있었고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지금의 나로서 살고 있다. 그렇다고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아직도 당황스럽고 이해되지 않은 일들도 많지만, 예전의 경험에 비춰 너무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 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이유가 있겠지'라는 노래 가사처럼,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돌아보면 이해될 것들도 있을 것이기에.
다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그 상황의 나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고, 우리는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면서 각자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고 있다. 혹여 조금 비뚤고 잘못되었을지라도 바로잡을 시간이 있으니 매일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면 된다. 그렇게 쌓아 올린 내 시간을 부정하지 않을 때, 현재의 나도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그러니,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말자.
힘든 순간을 지날 때마다 삶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위해서 필요한 태도는 이것, 나 자신을 보듬는 일이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이 각자의 고유한 스토리가 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보면 무엇이든 거름이 될 테니까. '왜 이렇게 쌓았지?'라는 말 대신 '아슬하지만 잘 버텼네'라는 시선으로 너그럽게 나를 바라봐주려 한다.
그림 보며 글쓰기
: 내 삶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