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웅, 네 개의 상추
1.
어릴 때부터 나는 단연코 올빼미형 인간이다. 이른 아침부터 꼭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으면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평일에는 출근시간에 딱 맞게 알람을 설정하는데 이번주는 기상 시간을 앞당겼다. 새벽녘에 손을 필요로 하는 봉사 활동이 있어서다. 무려 새벽 5시 30분에 첫 번째 알람이 울린다.
간단히 씻고 출근 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 이미 거리는 밝았고, 부지런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봉사활동은 주방에서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일. 집중해서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일 하고, 커피 한잔 손에 들고서 이제 내 일을 하러 간다. 출근하러 가는 길이지만 이런 바쁨이 싫지 않다. 오히려 활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 상쾌하다. 물론 일주일이라는 한시적인 기간이어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보다 더 발걸음이 가벼운 아침, '무엇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걸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하루에 일정이 많아서 피곤한 걸까?'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덜 피곤할까?'
그렇지 않다. 주말에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면 피로해소는 되어도 활기나 활력은 없다. 오히려 몸을 일으켜 산책을 나가고, 집 근처 미술관을 방문하고, 춤을 추러 다녀올 때 얼굴에 생기가 돈다.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고, 대형서점에 들러 책 한 권 고르다 보면 그제야 마음이 차오르는 것 같다.
2.
살짝 시든 상추에는 물을 주고 기다리면 어느 정도 살아난다. 나라는 인간은 그보다 좀 더 까다롭다. 눈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즐겁고 신나는 일을 해야 한다. 회사일을 마친 후 취미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고, 좋아하는 식단으로 밥을 차리고, 골라둔 책을 읽고, 일기를 끄적거리는 일들 속에서 그날그날 싱그러움을 가꾼다.
인간을 싱그럽게 하는 물은 각자마다 다르다.
삶의 활력이 되는 일을 자주, 많이 하는 사람은 푸릇한 식물처럼 생생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반짝이는 사람은 자신에게 언제 얼만큼의 물을 주어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다. 무엇이 나를 살아있게 하는지 알려면 자주 시도해보는 수 밖에 없다.
식물을 돌보는 것처럼, 나라는 사람을 가꾸어가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시들지 않고 푸릇푸릇하게 현재를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돌보아주는 것이 진정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림 보며 글쓰기
: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활동/취미/일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