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 나의 취향
새로운 환경에서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좀 문득문득 놀랄 때가 있죠. 나에게도 이런 점이 있었다니.
저는 여행을 통해서 한 가지 발견했던 게 저의 음식 취향이에요. 저는 한국에서는 굉장히 잘 먹는 사람이거든요. 많이 먹기도 하고 음식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가리는 것이 없어요. 내장이 들어간 음식도 잘 먹고, 회도 잘 먹고, 채소 고기 가릴 것 없이 다 잘 먹는데 제가 대만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아주 확 바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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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미식의 천국이라고 하잖아요. 일단은 음식 물가가 싼 편이라서 저렴한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가기 전 계획을 짤 때부터 미식 여행이 테마었죠. 음식 위주로 일정을 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런데 직접 갔을 때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처음 공항에 내려서 저희 첫날 숙소에 갔다가 찾아간 곳이 우육면 식당이에요. 우육면이 말 그대로 소고기가 뭉텅이로 많이 들어간 면 요리인데, 면을 딱 씹었는데 이렇게 쫄깃한 게 아니라 서걱 하는 느낌?? 면이 굉장히 두툼했는데 씹었을 때 안에 심지가 살아있는 삶기더라고요. 면이 되게 두툼한데 그 속이 다 안 익은 느낌인 거예요. 그리고 국물에서 특이한 향이 났습니다.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었는데 그게 뭔지 제가 정확히 알았다면 뭐 고수를 빼주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음식에 그게 들어가 있는지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그거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 향 때문에 좀 굉장히 고생을 했어요. 그래서 사박 오일 일정에 제가 케이에프씨를 몇 번이나 갔습니다.
우육면에서 일단 1차로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을 받았었고 두 번째는 곱창국수에요. 이걸 블로그에 검색했을 때 열이면 열 추천을 하더라고요. 이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해서 곱창 국수를 먹으러 갔어요. 길거리에 가판처럼 이렇게 음식을 파는데 야외에서 의자를 놓고 다닥다닥 정말 많은 분들이 드시고 계셨어요. 그런데 대부분이 현지인 분들이셨던 거죠. 음… 곱창이 들어간 떠먹는 국수처럼 담아 나오는데 같이 갔던 친구는 굉장히 잘 먹었어요. 반면 저는 또 향을 맡고 도저히 숟가락을 댈 수가 없겠더라고요. 야시장에 갔을 때도 생각만큼 음식을 못 먹어서 좀 실망한 부분이 있었죠.
사람마다 차이가 있잖아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은 정보들은 한계가 있어요. 이것이 유명해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것들이 실제로 나한테는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정확히 알았어요. 여행을 준비할 때 이런 거 고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10명 중에 8명이 Yes 라고 해도 나에게는 No 일 수도 있다는 것.’ 타인의 조언을 참고는 하되 내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해야겠다는 걸 대만 여행을 통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음식에 있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까다로운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홍콩 갔을 때도 살짝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홍콩에 잠깐 들렀다가 마카오에 갔는데 마카오는 호텔에서 지내다 보니까 호텔 음식도 크리스탈 제이드처럼 전 세계에 체인점이 있는 음식점에 가서는 또 괜찮게 잘 먹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마지막 날 홍콩 공항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공항에 한국으로 치면 김밥 천국 같은 식당이 있더라고요. 그 메뉴가 수십 가지 이렇게 돼 있고 현지 사람들이 와서 짧게라도 먹고 가는 로컬 느낌이 있어서 방문을 했어요.
홍콩에서 먹어야 할 음식 중에 하나는 연휴가 뿌려진 달달한 토스트하고 그 다음에 홍차 한 잔 이렇게 마시는 건 그런 장면이 그려져요. 실제 식당 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부분 진한 홍차를 같이 곁들여서 먹고 있어서 저희도 그걸 시켰어요. 에스프레소 잔에 담긴 홍차를 한 모금 마셨는데 으앗! 도저히 써서 먹을 수가 없어서 옆에 있는 각설탕 2개를 넣었는데도 아무 맛이 안 나더라고요. 그 정도로 굉장히 굉장히 진한 홍차였어요. 한국에서라면 물을 10배는 타서 마셔도 될 것 같은데… 아주 쓰디쓴 그런 아주 진한 홍차여서 한 번 흉내만 내고 내려놓고 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에 좀 걱정을 했던 나라는 인도. 인도는 향신료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강하니까 음식이 잘 안 맞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었는데 가서 의외로 잘 먹고 왔습니다. 한국에도 인도의 전통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인도의 과일이나 채소 이런 것들이 못 생겼거든요. 한국처럼 동그랗고 크고 예쁜 모양은 아니고 울퉁불퉁하고 조그맣고. 그런데 이것들이 다 유기농으로 농약을 치지 않고 길러졌기 때문에 신선하고 먹었을 때 부담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이런 느낌이 굉장히 강했어요. 그래서 정말 가리는 것 없이 너무너무 잘 먹었던 인도 여행이 됐습니다.
여행지에서의 저는 돌아보면, 비위가 약해서 너무 향이 강하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잘 맞지 않았고, 소화가 잘돼야 나한테 맛있는 음식이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한국 음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좀 담백하잖아요. 기름도 덜 쓰는 편이고. 그래서 좀 저한테 잘 없이 잘 받았던 것이지 실제로는 나는 음식에 있어 굉장히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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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여행 관련 서적 첫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여행은 당신에게 적어도 세 가지의 유익함을 줄 것이다.
첫째는 세상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는 집에 대한 애정이고
셋째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인도 철학 교수의 말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 세 번째가 가장 와 닿았어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낯선 곳에서 발견하는 나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이 여행하는 재미이고, 떠나고 싶은 이유도 되겠죠. 누구나 충실하게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니까요.
☞ 네이버 오디오클립 연재중 <대만이 알려준 나의 음식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