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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Feb 13. 2022

정리의 발견, '비우기'보다 '남기기'

곤도 마리에 <정리의 발견>

가벼운 짐과 가벼운 마음,

미니멀 라이프 체험


어느 날 날아온 친구의 문자 한 통,

여행 일정이 변경된 친구의 사정으로 갑자기 부산의 숙소를 양도받았다. 마침 나는 시간이 되어 그날 저녁의 티켓을 예약하고 짐을 쌌다.


부산은 낯설고도 익숙한 곳이다. 대학시절부터 광안리며 해운대며 자주 다녔기에 편하면서, 서울과 다른 활기가 느껴진다. 억양은 강하지만 다정함이 묻어나는 사투리도 정겹다. 메시지로 보내준 숙소는 오피스텔형 1인실로 침대며 옷장, 부엌, 책상 등 필요한 시설이 다 완비되어 있었다. 가져갈 것은 별로 없었다. 갈아입을 옷 하나와 노트북, 그리고 책 두어 개만 챙겨 들고 나왔다.


여행지에서의 생활은 단출했다. 아침은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고, 전망이 좋은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하루의 클라이맥스로 맛집을 찾아가 새로운 음식을 맛보았다.


부산에서 보낸 일주일은 미니멀 라이프 체험과 같았다. 생존에 필요한 짐이 전부였다. 옷장에 외출복 하나 걸어두었고, 다음날 아침에 먹을 음식만 냉장고에 두었다. 할 일 목록도 간소했다.


짐도, 일정도 최소한으로 보낸 시간. 지금 돌아보아도 마음이 참 가벼웠다. 집 옷장이 꽉 차 있어도 더 사기를 원했는데, 이곳에서는 텅 빈 옷걸이만큼 기분이 홀가분했다. 마음이 홀가분하니 오히려 안정되고 평온했다. '충만함은 소유에서 오는 게 아니었지' 비움으로 채워진다는 말을 어렴풋이 짐작해보았다.



<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


"설레는 물건은 남기고, 설레지 않는 물건은 처분한다."

집으로 돌아와 꺼내 든 책,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 씨 <정리의 발견>이다.

처음 정리법을 읽었을 때 작가의 조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필요'의 유무가 아니라 '설렘'의 유무에 따라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선택하라는 것. 당연히 물건은 필요해서 두는 것이라도 생각했는 데 그것이 아니었다.


"무엇에 설레고 무엇에 설레지 않나. 자신에게 묻다 보면 가장 소중한 물건이 무엇인지, 가장 소중한 것이 어떤 것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이지만, 그 어떤 조언보다 동기부여가 되는 문장이었다. 지저분한 것을 치운다기보다, 내 공간을 기분 좋은 물건으로 채운다는 긍정의 의미로 다가왔다.


먼저 정리 레슨을 시작할 때 첫 번째는 고객에게 꿈꾸는 이상적인 생활은 어떤 것인지 질문한다.

" '자주 청소해서 아무튼 바닥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적당한 그림 액자를 벽에 장식하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타협안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지 않고, 정리에 대한 동기부여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방은 요리가 즐거워지는 공간, 거실은 가족이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 침실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를 먼저 그려보는 것이다. 각자 생각한 이상적인 풍경을 설정하는 것이 먼저이고, 수납과 정리 방법은 그 다음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정리의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 번에 짧은 기간에 끝내고, 이상적인 생활을 상상하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신중하게 확인한다. 옷, 책, 서류, 물건의 순서로 만졌을 때 설레는지로 판단하고 물건은 제 위치에 수납한다.


"설레는 물건은 남기고, 설레지 않은 물건은 처분하는 과정에서 '선택하는 힘', '결단하는 힘', '행동하는 힘'이 키워진다."

그래서 정리 레슨은 삶의 태도로 확장된다. 내 주변을 설레는 물건으로 채우는 것처럼, 내 일과 삶을 잘 선택하는 연습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책을 동기삼아 집을 정리하고 있다.

오래되어 해진 옷, 읽지 않는 책을 덜어내는 것으로 공간에 여유가 생기고 깔끔해진 방이 편안함을 준다. 일 년 내 내는 어려워도 이렇게 가끔이라도 정리하면서 주변을 환기하면 어떨까 싶다.


* 한줄평: 정리를 통해 배우는 인생의 태도, 설레는 것을 선택한다.


오디오클립: 정리의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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