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12월

성차

by 새벽별

2025년도 삼일 남았다. 인생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더니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에 혼이 쏙 빠져나가는 듯하다. 정신 차리고 보면 한 달이 지나있고 또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젠 해가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큰 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사실 지난달부터 마음이 몹시 분주했다. 하지만 몸의 속도는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마음만 더 붕붕 뜨고 손에 일이 잘 잡히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 건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겠고 어떤 게 숲이고 어떤 게 나무인지 구별해 내는 일조차 제대로 판단이 서질 않아 더 혼란스러웠지만 그 가운데서도 엄청난 감동이 있었기에 잊지 못할 2025년 12월이었다.





영암에서의 14년 시간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수고한 우리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가보고 싶어 했던 일본을 가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이라 마냥 좋기도 했지만 내가 더 이번 여행을 잊을 수 없는 건 여행 중 수없이 많이 맞닥뜨린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가 달라졌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행은 시작부터 순조롭지가 않았다.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4시간이나 지연이 되어 이미 일본에 도착해 있을 시간에 한국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모든 일정이 다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의 설렘은 점점 지침으로 바뀌었고 나 역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라면 아이들이 징징대고 투덜댈 때마다 같이 화를 내거나 나의 불안함을 함께 드러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얘들아, 생각해 봐. 우리 비행기 못 탈 수도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탈 수 있게 됐잖아. 그리고 우리 조금만 더 늦게 탔어도 일본 지하철 운행이 끝나서 택시 타고 숙소로 들어갔어야 했을지도 몰라. 일본 택시비 엄청 비싼 거 알지? 우리 처음부터 20만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힘들게 숙소로 들어갔을지도 몰라. 그런데 정말 딱! 우리가 타야 하는 지하철의 막차를 탈 수 있었고 숙소까지 갈아타지 않고 편하게 올 수 있었어. 완전 럭키비키 아니니?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여행하는 동안 매일 2만 보 이상은 기본으로 걸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슬슬 지쳐가는 아이들 입에선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질책하기보다 긍정적인 말로 아이들을 다독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아, 아이들 입장에선 다독이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려나? 일단 화를 내지 않았으니 다독임이라고 치자)

이런 엄마의 말에 투덜대던 딸아이도 말을 멈추었고 여행 첫날 너무 힘들어서 여행이 끝나도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는 아이가 여행 마지막 날에는 집에 가기 싫다며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또 오고 싶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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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이 이렇게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성장메이트 덕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성장메이트를 2년간 하며 크게 변화되지 않은 나의 모습에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꾸 앞으로 앞으로 나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지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돌발적인 상황에서 변화된 생각으로 대처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그 2년이라는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함께 길을 걸어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였는지가 느껴졌다. 늘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했던 내가 긍정의 말을 하고 생각을 하게 된 것.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여행을 마친 다음 날은 성장메이트 오프 모임이 있었다. 돌아오는 날에도 새벽 2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한 나는 과연 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잠이 들었는데 어머나 세상에. 7시에 눈이 절로 떠지는 게 아닌가! 분명 일정 내내 너무 피곤했고 힘들었는데 알람 소리에 맞춰 눈이 번쩍 떠지다니. 이 모음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애정하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그녀들과 함께 한 약 10시간의 시간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비록 몸은 지쳤지만 마음만큼은 든든하게 채워온 시간이었다.

앞으로 아이의 영국 여행 준비, 이사, 아이들의 전학, 꿈마실 캠프, 교회 사택 공사까지. 해결해 나가야 하는 큰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하나하나 도장 깨기 하는 듯한 기분으로, 즐겁게, 행복하게 해결하고 싶다. 생각대로 안 될 때마다. 힘에 부칠 때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변화는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려는 집요한 관성과의 싸움인 것 같다. 나를 자꾸만 예전의 모습으로 끌어당기는 그 팽팽한 고무줄을 이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동력으로 사용하는 2026년이 되길 소망하며.





2025 성찰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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