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 같을 순 없다. 우리 집만 봐도 다섯 식구가 모두 다른 것처럼.
그래서 '사랑한다면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와 같은 말들의 의미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 지만, 그게 꼭 정답이 아닐 때도 있다.
이걸 알면서도 가끔은 나 혼자 세워둔 기준에 애정표현 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맞나? 싶은 어리석은 경험을 자처하기도 한다.
내가 발견한 엄마의 사랑은 따뜻한 밥 한 끼이다.
사위사랑, 며느리사랑 할 것 없이 엄마는 내리사랑을 늘 음식으로 표현한다.
본인은 흰 밥에 국 한 그릇만 있어도 끼니를 때우고 외식은 일절 사절하지만,
가족들만 모였다 하면 칠첩반상을 차리거나 몸에 좋은 것을 먹으러 나가자고 얘기한다.
아빠가 속을 썩여도 꼭 밥은 차려주는 엄마를 보며 '정말 바보 아닌가..‘ 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그 밥에 애정이 담겨있을지, 애증이 담겨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엄마에게 밥 한 끼는 愛이다.
IMF를 겪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엄마는 이제 동종업계에서 베테랑이 되었지만
매일이 전투였을 엄마에게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살아내느라 바빴던 엄마에게 따뜻한 밥 한 끼는 엄마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치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런 엄마는 내가 어릴 때 전기프라이팬에 피자를 자주 만들어주곤 했다.
그게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굣길 바쁜 엄마가 집에 없는 것을 서운해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오늘도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따뜻한 밥과 반찬을 만들어놓았을 엄마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