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부터 횡설수설 Jun 18. 2020

남은 자의 마음



늘 떠나기만 했던 내가 이번에는 남아 있는 쪽이 되었다.

그리고 사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요즘 떠나간 사람들과 곧 떠나갈 사람들에 대하여 아쉬운 마음이 뜨문뜨문 들곤 한다. 내가 너무 쓸데없이 감상적인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고, 나는 남을 수 있었으니까.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지 않던 것도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게 참 이기적인 말인 것 같다. 남은 자의 승리 연설 같은 것이니 말이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엿을 먹이고 싶어졌다.

"착한 사람 코스프레하고 있네?"라는 모종의 의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마터면 내가 나를 감쪽같이 속일 뻔했다.

사실상 나에게 아쉬움 따윈 없는 게 맞을 지도 모른다. 그냥 재밌었으면 재밌었던 거고, 꼴 보기 싫었으면 싫었던 것뿐이다. 그러다 결국 남게 되었을 뿐이다. 단지 있어야 될 사람이 없으니 기분이 묘하다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솔직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남았든 떠났든 서로 아쉬워할 필요 없다. 본인 행복하려고 한 선택이니까 말이다. 어찌 되었건 각자 행복하니까 '남은 자의 마음' 따위의 제목을 다는 감상충은 되지 말자. 이상.

작가의 이전글 인연이 만들어지는 조금 다른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