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게 된 계기,
'24살에 운전병으로 군대에 입대했어요. 그래서 평소에도 차를 타고 부대 밖으로 자주 외출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부대 간부들과 군용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작전을 수행하면서 덤으로 부대 내에서 맛볼 수 없는 싸제 음식(일반 식당 음식 등의 것)까지 먹을 수 있는 기회도 종종 있었죠.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병사들과 간부들을 작전지 또는 회의 자리에 데려다주고, 그들의 일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부대로 복귀시켜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혼자 차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 뭘 할까 궁리하다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부대에 몇 권의 책이 있었는데 그중 몇 권의 책을 차에 싣고 다니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손이 갔던 책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였어요. 그때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에 하나가 <The one thing>입니다.
책의 내용이 제가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개념들을 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전역을 앞두고 부대 내 의무실에서 A4 종이에 이 책의 핵심들을 정리해서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지금은 오래되어서 책의 내용이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읽어보시면 꽤 괜찮은 인사이트를 얻으실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여하튼 그렇게 짬짬이 뜨는 시간마다 다양한 책과 여럿 잡지를 읽었던 것 같아요. 기간을 헤아려보면 제대 전까지 약 1년 3개월의 시간이군요. 또 잠깐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끄적여보면 그렇게 책과의 필연적인 만남이 있었기에 지금의 <새벽부터 횡설수설> 블로그가 탄생할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 살기 위한 독서로
'군대에서 전역 후, 저는 심리적으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주원인이었죠. 몇 날 며칠을 악몽으로 지새웠어요. 그래서 조언을 구하고자 주변의 선배들과 어른들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구도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어요. 가뜩이나 심리적으로 불안한데 믿었던 사람들마저 의지할 곳이 못 된다고 생각하니 착잡하기 그지없었죠. 불안이 극에 달하는 시점, 저는 마지막 끄나풀이라도 잡아보는 심정으로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서점에 도착해서 마음속으로 "제발.. 제발.."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책장 사이사이를 열심히 기웃거렸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도 책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등의 미담을 믿지 않았다. 단지 누군가의 공감이 필요했을 뿐,,)
제가 이렇게 눈에 불을 켜고 책장을 뒤적거린 이유는 현재의 불안한 나의 이 힘든 마음을 책의 누군가를 통해서 공감을 얻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분명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 거야! 있겠지? 제발 있어라 ㅠㅠ"라는 정말 절박한 마음이었죠.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저는 내면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단서가 될 만한 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발견한 책이 이근후 박사님의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입니다.
이 책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에게는 매우 고마운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고 한결 더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과 나 자신을 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36번째 목차 [인생은 ‘지금 여기’에만 존재합니다]를 읽고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곧바로 서점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게 일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때부터 살기 위해 마지막 방편으로 선택한 독서가 제 삶을 바꾸기 시작한 것입니다.
◇ 책은 어느새 내가 되어 있었다.
살기 위한 생존 독서에서 시작한 저의 책 읽기는 현재까지 약 7년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읽은 책들이 지금의 제 삶을 구성해 주는 뼈대와 근육이 되었습니다. 책을 쓴 수많은 저자들과 느리지만 차분히 대화하면서 제 삶의 정수를 조금씩 차곡차곡 쌓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니 그 책들은 곧 저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 어떤 대화 안에서 불쑥 책의 저자와 같은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저 자신에게 깜짝깜짝 놀라면서 말입니다.
어떤 이는 책을 읽어도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심 없이 쓰여있는 문장 그대로를 해석하여 받아들여서 독서의 절대적인 효용성을 포기하면 안 될 일입니다. 독서가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인생이 다르듯이 자신의 상황과 성격에 맞게 신중히 책을 고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런 다음에는 읽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책에서 주워 담은 정보와 지혜를 반드시 직접 실천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실천하였다 한들 완벽하고 무결한 인생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책을 가까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가까이 해온 제 자신이 저는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만족스럽습니다. 마치 책이 제 자신의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책을 계속 읽게 하는 재미있는 요소 중 하나는 책 한 권을 읽으면 책 한 권 만큼의 값어치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값어치가 보태지고 보태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하여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되어가며 책이 내가 되는 기쁨을 만끽해보는 하루를 만들어 보셨으면 합니다. 독서와 함께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